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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팡팡 Mar 02. 2022

엉뚱한 두려움_세 번째 이야기

땀과 함께 두려움을 떨어뜨리는

그림 - 한팡팡


엉뚱한 두려움_세 번째 이야기

땀과 함께 두려움을 떨어뜨리는


운동을 한다.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몸안에 기능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땀과 함께 두려움이 떨어져 나간다.

엉뚱한 두려움 일러스트 프로젝트
종이 콜라주, 컴퓨터 작업
2022


의욕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끊어놓은 운동도 하기가 싫은 날.

헬스장 앞에까지 가서 문만 딱 열면 되는데 그게 안 되는 날.

머릿속으로는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발은 반대로 움직이는 날.

이날은 심리 리듬이 깨진 것이다.


괜스레 내 인생 제일 예뻤던 리즈시절 생각이 난다.

'지금의 모습은 내가 아닌데...'라고 원망하며

거울을 잘 안 보게 되고, 얼굴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며 몸은 지방들이 끼어들어간다.




나는 얼마 전 자잘한 우울함과 두려움들이 한쪽에 켜켜이 쌓여  나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크기가 되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 실낱같은 작은 의지로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갔다.


화려하게 많은 것 필요 없다.

저 수많은 운동기구들이 있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만 해 보자.

이럴 때는 부담이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까.

자전거는 앉아서 타는 것이니 부담이 덜하다.


열심히 앉아서 페달을 움직이고

얼마나 걸렸나 보니 겨우 10분이 지났다.

겨우? 체감상 30분은 탄 거 같은데 10분밖에 안 지났다니!

나 이상태로 괜찮은 건가? 그냥 그만둘까? 숨도 차고, 이걸 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10만에 포기하고픈 나를 안된다고 다시 일으켜 세우며 페달을 돌린다.

우역우역 15분, 20분이 지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분을 넘기자 지속적인 힘이 생겨났다.

숨도 편안해지고 근육 힘도 잘 느껴지며 운동에 집중이 되었다.

나의 고비는 20분이었던 것이다.


다 포기하고 싶었던 지옥의 타임 '20분'이 지나고

30분은 금방 왔고,

40분도 어느새 훅 다가왔다.

몸속에서는 열감이 올라오고,

상체와 이마에 흠뻑 난 땀이 내 안의 두려움과 함께 떨어져 나간다.


어느새 1시간을 채웠다.

근육의 뻑지근함과 스스로 해냈다는 대견함이 기분이 좋다.

샤워까지 하면 순식간에 상쾌한 시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건 마법이다.

1시간 전에는 이거 한다고 뭐가 변할까.. 싶었던 나였는데

겪어내고 나니 나의 리듬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내일도 다시 해보자라는 다짐이 생긴다.


그렇게 열흘을 채웠다.

거울을 자주 보게 되고 온몸의 부기가 분명 빠져있다.

무언가 다리 라인이 예뻐진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아, 생각났다!

이게 바로 운동하는 기분이었지. 뭔가 해내는 기분이었지.

이제 내 몸은 러닝머신을 향해 가고 있다.

또 1시간을 꽉 채워 걷고 뛰고 샤워를 하니 상쾌한 날이 하루 더 만들어졌다.


마음이 복잡하면 몸을 움직이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히 운동은 몸의 기능을 더 강화시켜주고

참 이상하게도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가 생긴다.

그 에너지로 밀렸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길게 쓰러진 도미도 조각들 거꾸로

또르르 일으켜져 세워지는 것 같이 나의 일상이 또르르 돌아온다.


보다 건강미가 있는 예뻐지는 몸은 덤으로 주어지니,

이제 두려움 나와 작별인사도 없이 가버린다.



그림과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출처를 포함한 후 자유롭게 쓰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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