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실 안에서 날마다 수많은 길의 갈래를 본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아직은 서툰 발자국들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자기만의 확신들이 있다. 어떤 아이는 수학 문제를 풀며 눈빛이 반짝이고,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잊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포기했던 길들, 혹은 애써 가지 않으려 했던 길들을 새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친다지만, 동시에 그 아이들이 가는 길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본다. 글을 쓰고 싶었던 나, 가난한 사람을 위해 변호하고 싶었던 나. 우리 반 아이들이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며, 그동안 감춰왔던 내 뒷모습을 비추어보곤 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오직 이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아이들은 늘 앞을 향하지만, 내 마음은 종종 뒤를 돌아본다. ‘만약 그 길을 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들의 환한 표정이 나를 붙잡는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 가지 못했던 길을 대신 걸어가는 그 길 위의 아이들과 지금의 자리에 있는 나를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다.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나 자신을 북돋는 마음이 겹쳐지는 이 경험은, 교사로 살아온 날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결국 교사라는 자리는 단순히 가르침을 전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지 못한 길까지도 응원할 수 있는 자리다.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또 다른 나의 뒷모습을 미소로 떠나보낸다. 이것이야말로 초등학교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특별한 특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