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아 15

by 김휴

안녕 사랑아15


박형
모두 새떼처럼 떠나려 하고
나는 여전히 앙상한 나무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체온을 떨어뜨리고 있어
오늘도 사랑은 도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 전철이 도착하면 떠나려 해보지만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고
수갑을 찬 것처럼 두렵습니다


박형

눈에 와 닿는 그 어떤 것도 내게 친절한 것은 없습니다

즐비한 간판들을 속으로 복기를 해보지만

단 한 곳도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푸른 수족관이 보입니다.

갇힌 물고기들이 푸른 불빛에서 헤엄을 칩니다

물고기에게서 인어의 젖은 몸을 떠올리며

에로스를 느꼈다면 욕먹을 짓이겠지요


박형

둘이서 건배를 하고 싶습니다

건배의 이유도 외칠 구호도 마땅찮습니다

그냥 ‘위하여’를 외치면

누군가가 위안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의 건배는 유효한 거겠지요


그럼에도 잔을 부딪칠 이유가 모호해서

괜히 건배만 위태해졌습니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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