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건배

by 김휴

미친 건배


슬픈 음역에서만 오줌을 갈기는 사람은

슬픔을 잘 모르고


방수액을 두텁게 바른 사람은

안으로 고이는 슬픔이 무섭다고 한다


제 동공에 빨간 매니큐를 칠한 아저씨는

이제 눈만 뜨면 취한다고 건배를 구걸하고 다닌다


술잔에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친구가

시는 절대 먹이가 될 수 없다며 울먹일 무렵

우리는 소주의 서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 술잔에 제 미래를 빠뜨린 친구가

가장 고통스러운 곳에 제 이름을 파묻어야겠다고

술이 시가 될 때까지 건배를 외쳐야 했다면


나를 쏙 빼닮았다는 술병이

미친 건배를 위해 제 목을 날려버리자

슬픔이 쏟아진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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