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by 김윤철


덤: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물건. 덤의 사전적 의미다.


다른 말로 사람에게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서도 안 되는 말이고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도 안 되는 말이지만 나 스스로는 지금 내가 덤으로 사는 인생이란 생각이 자꾸만 드는 일흔 즈음이다.


또래들에 비해서는 꽤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던했던 나였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63세 정년과 병원에 누워 돌아본 삶은 내 의지대로 산 것이 별로 없었다. 그냥 놀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성격으로 남들 열심히 사는 시간에 당시에는 힘들었던 무전여행, 등산 등 놀이를 하며 그것이 진취적이라 혼자 착각하고 즐거워했던 것뿐이었다.


내 의지와는 별개로 떠밀려 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히 성적에 맞추어 상급학교에 입학. 그리고 갑종이란 딱지와 함께 강원도 군 생활. 제대와 동시에 집안 형편상 졸업장도 없이 시골에서 직장생활. 졸업 논문과 시험, 리포트 제출 등 고생 끝에 힘들게 대학 졸업. 남들과 같은 직장생활. 그리고 정년! 우리 세대는 그런 삶이었다. 중학교도 입시전쟁. 대학 때는 유신 선포로 휴교령. 리포트로 시험 대체. 라떼의 말씀. “지금의 비대면 강의! 내가 유신 때 해봐서 아는데....” 산업화의 혜택으로 취업은 별 어려움 없었다. 요즘 세대들이 부러워할 일!


병원 생활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수술실 부족으로 한 달여의 강제 입원 후에 간호대 출신인 아내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수술. 이틀만의 퇴원. 입원 생활의 고생은 해 본 사람만 안다.

해서 일흔 넘은 지금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살려 무진 노력 중. 글을 쓰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







정년을 앞두고 몸에 이상이 생겼다. 아니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술과 담배를 이유로 과거부터 있던 병이 악화되었단 말이 정답. 다행히 우리 직장엔 사회적응 기간이란 제도가 있다. 석 달 간의 휴가 신청. 정기 건강검진 겸해 아내 손에 이끌려 위 내시경 검사.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참 병원 가기 싫어한다. 아내 손에 잡혀 반 강제! 통과 의례적인 것인가? X선 검사 이상 무!


그런데 사진을 보더니 아내가 고개를 갸웃! 검사를 마치고 막 위내시경 담당 의사께 보이니 의사가 큰 병원 가보란다. 별로 절박한 것 같지 않아 위궤양 약만 가지고 집으로. 그렇게 며칠이 흘러 위장약 지으러 다시 병원으로. 운 좋게 내시경 담당 의사와 만남. 아직 검사 안 받았단 말에 “위장은 약 먹으면 낫는다. 폐는 악성일 확률 80% 이상.” 서울 병원까지 소개. 정신이 번쩍!


큰 병원 검사의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 세대는 너무나 잘 안다. 불치병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으니까. 본인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가족에게만 통보. 드라마 안 보는 남자인 나도 아는 통속적 줄거리. 정신이 아득! 차로 시골길 드라이브. 어르신들 모이시는 정자 밑에 두 가치 피운 담배와 라이터 고이 저장. 그 이후로 담배와는 영영 이별. 큰 병이 아니길 빌며 별 준비 없이 서울 큰 병원으로!


인명재천! 이것이 한 달간 변변한 이불도 없이 아내 고생시킨 병원생활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서울로! 휴가를 내지 않았다면, 아내가 간호사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만약이다.


다시 한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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