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

by 김윤철

35년이 넘는 직장 생활의 마감! 모든 공식 행사는 생략. 퇴직자는 나까지 두 명. 나는 정년퇴임. 또 한 분은 3년 후배시지만 위암 수술 후 명예퇴직. 퇴임 동기가 되었다. 둘 다 행사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단지 친목회 주관의 간단한 송별 모임만!


“축하합니다!” 모두들 하는 인사! 나도 선배 분들께 행사 때마다 한 인사지만 막상 내가 들으니 서글픈 생각이 먼저. 이렇게 내 모든 것들과의 인연이 사라지는구나. 축하자리 함께 한 선배분의 말씀! “정년까지 무탈하게 지냈으니 조금도 서글픈 자리가 아니다.” 이해는 되지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늦둥이 등교. 오늘은 느낌이 여느 날과 다르다. 오늘부터는 정말 내 갈 곳이 없구나. 실감. 그래도 비록 소주잔에 맹물 부어 부딪힌 "위하여!" 였지만 모임을 했다는 자체가 움직일 수는 있다는 반증!


폐활량 늘리는 운동 기구와 함께 아파트 뒤쪽의 소나무 아래로. 경사가 조금 있어 지금의 몸 상태로는 운동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돗자리에 앉아 단전호흡 흉내! 다시 폐활량 운동. 아직은 아프다. 퇴원 시 아프면 먹으라는 진통제와 항생제는 먹지 않고 버티며. 아픔을 참고 운동. 그리고 정신 분산용 호흡.

시골 생활의 특징 중 하나. 같은 아파트의 사람들과는 대부분이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 않을 수가 없다. 나무 아래, 돗자리 위의 가부좌 자세. 아픔을 참아가며 무엇인가를 자꾸만 불어대는 모습! 사람의 모습만 보이면 쭈뼛거리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 무슨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다른 분들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는 느낌!


점심 후는 잠시 누웠다 생각했는데 잠이 든 모양이다. TV가 혼잣말을 하고 있다. 정신 차리고 친목회에서 온 기념품 정리! 그중 학생들의 정성! 손 편지가 코팅되어 있다. 눈에는 보이지만 플라스틱이 가로막고 있는 정성. 지금까지 있던 모든 것들과의 사이에 이처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느낌!


밤에는 식구들 잠든 시간에 늦둥이 학교로 걷기 운동 출동! 달빛 속에 모두 열심히 걸으신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 걸음의 속도를 올리며 몸 추스르고 대낮에 마을 뒷산이라도 올라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몸이 아프면 군 시절이 생각난다. 군부심, 추억 이런 게 아니다. 힘들다는 이야기. 군 시절 고문관 소리를 들었던 기억.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학 재학생에 빠리빠리 하단 소리를 들었는데. 입대와 동시에 생각이 멈춘 것 같은 느낌. 훈련소 기억 하나! 내무반장이 빗자루를 가져오라는데 삽을 가져다준 기억. 그 시절 말로 한 따까리. "대가리 심어!" 화장실에서 담배 한 대 물며 생각해보니 사회와 가장 큰 차이가 자유란 생각을 했던 기억. 자유를 박탈당하니 사고가 멈추었다는 생각. 그만큼 소중한 자유다.


퇴직과 함께 찾아온 무한의 자유. 직업의 특성상 시간에 얽매이다 보니 종에 지배당하는 삶이란 생각까지 했었다. 그리고 시간 압박으로부터의 해방. 처음 경험해 보는 낯 섬!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다. 건강상 친구를 만날 수도 없고 술, 담배 모두 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 풀 방법도 모르겠고. 처음 한 동안은 방황! 오직 운동! 면역력을 키운다는 이유 외에 몸을 학대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래야 밤에 잠이 잘 오니. 집 뒤 야산 산책과 요즘 말로 산스장에서 철봉과 평행봉. 운동으로 울타리가 없어진 허전함과 주체할 수 없는 자유를 이겨나갔다.



아프면 반 의사가 된다. 나만 아니라 식구들 모두. 아내는 겨우살이, 버섯 등 민간요법, 자식들은 영양제 챙기기. 아무리 말려도 안 된다. 오늘은 와송. 굼벵이 먹으라 소리 않는 것만도 다행. 나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 프로에서 들은 말. 근육량이 적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단다. 원래 왜소한 체격에 몇 달간 상체를 사용 않으니 몸이 말이 아니다. 근육뿐이 아니고 자방까지 없으니 걱정이 태산. 아픔이 없어지고 나서는 팔굽혀 펴기, 평행봉, 철봉등 다각도로 근육 키우기. 계란, 육류 등 단백질 보충도 빼먹지 않고. 보여주기, 자기만족 이런 것과는 상관 없다. 병마와 싸우기 위해. 환갑 지나도 운동하면 근육량은 늘어난다. 지금은 제법 몸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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