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시 병원 측의 주의 사항! “퇴원하면 별 명약이 다 나온다. 너무 많은 민간요법으로 간이 상해 병원에 오는 사람이 많다. 병원 처방으로도 충분하니 너무 걱정마라.” 이렇게 암과의 싸움은 퇴원부터 시작이다.
사양해도 식구들이 그냥 두지 않는다. 버섯, 그 유명한 뽕나무 상황부터, 겨우살이, 와송, 도라지, 더덕 등등. “의사가 먹지 말랬잖아.” “이건 그냥 식품이다.” 나 역시 몸에 좋다는 것 참 많이 먹었다.
암이란 놈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건강 프로 챙겨 보는 것은 물론 어디서 주워들은 건강법에도 의지하게 만든다. 면역력 증강이라며 근육 운동과 단백질 섭취.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람 모이는 밀폐된 공간 회피. 참 조심한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지방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전 번 살았던 곳에서는 문화센터. 여기서는 노인 복지회관. 그림의 떡이다. 당구, 탁구. 회화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전부 밀폐된 공간이다. 오직 산으로 소나무 밑으로. 정 참을 수 없으면 도서관 정도.
시골 생활의 불편 중 하나. 교통 불편. 운전하기 싫어 버스로 서울행.
지하철, 다시 병원 셔틀버스. 여러 가지 검사. 다시 집으로. 일주일 뒤. 다시 서울행. 병원 선택도 내가 한 게 아니고, 시골 의사 선생님의 추천.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계속 같은 병원 다니고 있다. 물론 지금은 나도 수도권 거주. 검사도 참 별 검사가 다 있다.
지금 코로나에다 의사들의 진료거부까지. 앞으로 삼 년은 때 맞추어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 나는 병원이 감염되었다는 뉴스나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 등의 뉴스가 나오면 가슴이 섬찟해진다.
나는 의사와 간호사님들의 고생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람이고 환자가 믿고 비빌 언덕은 병원 식구들뿐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느낀 점만 이야기!
우사인 볼트! 남자 단거리의 최강자!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지만 경기에서 그를 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결승만 생각하면 초 단위다. 그러나 시간이 짧다고 그의 업적이 평가절하되지는 않는다. 그 짧은 시간의 경기를 위한 그의 노력을 아니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마주한 의사 선생님!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
첫 정기 검진의 기억은 너무나 뚜렷하다. 첫 경험은 다 그런가?
내 폐 사진을 보시던 외과 선생님! “불편한데 없으시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술이 참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육 개월 뒤에 보면 되겠습니다. 내과 선생님과 상의해 보세요.” 끝이다.
다시 내과로! “깨끗합니다.” “조심하고 있습니다.” “와인도 한 잔씩 하시고 너무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역시 끝!
간호사 분과 다음 정기 검진 날짜 조율 후 집으로!
의사 분들과의 면담! 아무리 길게 잡아도 십 분도 안 될 것 같다.
“좋습니다! 잘 되었습니다! 다음 정기 검진 날짜 잡으세요!”
기쁘지만 너무 허망한 대화!
수술과 퇴임 후 마음먹고 하는 첫나들이! 잠을 설칠 만큼 설레는 것은 당연지사.
자가운전이 약간 두려웠지만 가장 든든한 보호자인 마나님과 함께인데 뭘. 두 시간을 달려 영주에 있는 숙소 도착. 친구들과의 만남. 과거엔 매일 보던 얼굴들이지만 수술 후라서 그런지 몹시 새로운 느낌이다. 모두들 덕담 한 마디씩!
“건강해 보인다. 얼굴이 더 좋아졌다. 고생 많았다.”
매일 보는 거울이지만 얼굴이 보기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해골 소리 듣던 몸의 체중이 5킬로 정도 불었다. 푸짐한 저녁 후, 방을 갈라 부인들은 수다로, 친구들은 맥주 한 잔으로 깊어 가는 밤! 나도 시원하게 한 잔! 모두의 걱정거리 되기 싫어 딱 한 잔만! 친구가,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라니!
아침! 숙소 인근의 가벼운 등산 후 차로 이동 점심. 멀리서 모인 만큼 아쉬운 마음과 함께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안녕! 모두 너무 고마웠다.
집에 가기 전. 큰 맘먹고 인근의 청량산을 들리기로 아내와 의논. 퇴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경북 봉화 청량산! 젊은 시절 참 자주 다녔는데... 도로가 놓이고 차가 높이 오르니 그 옛날의 정취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수술 후 처음 시도해 보는 본격 등산이다.
청량사를 거쳐 본격 등반. 느낌만이 아니라 정말 숨이 차다. 과거 부부 등반 시에는 내가 아내를 끌다시피 다녔는데. 그때는 날다람쥐 소리 들으며 십 년 후배들과 백두대간 종주도 했는데 다 옛이야기다. 폐활량 운동도 열심히 했건만 보이는 건 아내의 뒷모습뿐이다. 아니 아내가 나를 기다린다. 과거 같았으면 자존심 상할 노릇이지만 지금은 인정. 나이와 수술 후유증 인정. 청량산은 눈 호강하기 좋은 산으로 경북 북부에서는 알아주는 산이다. 즐기며 오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지금은 약간 자존심 내지는 자가 검진의 느낌이 강하다. 조금은 억지로 오른다는 느낌!
평지와 내리막길은 어려움이 전혀 없는데 오르막이 문제다. 앞으로의 어쩔 수 없는 내 모습. 의사분의 말씀! “폐는 불가역성입니다. 조심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도 보살봉을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는 다 올랐다. 친구들에게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인증 샷도!
다시 세 시간을 달려 집 도착. 아내에게 운전대를 한 번도 안 맡겼다.
눈을 떠니 생각보다 ㅣ피곤함이 덜 하다. 어깨가 뻐근한 정도. 800m가 넘는 산을 올랐건만 다리도 견딜만하다. 운동을 열심히 한 덕? 너무 수술에 겁먹은 덕?
어쨌든 네 시간여의 운전과 다시 네 시간여의 등반! 늘 하던 정도의 일이 이렇게 기쁘고 행복할 줄이야. 요즘 젊은이들의 말!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감! 앞으로는 매사가 행복할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