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가지지 않는 곳

by 김윤철


“수술하셨어요?”

“네!”

“어디?”

“폡니다.”

“암?”

“네!”
“수고 많았습니다.”

운동 후 거울 앞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거의 10cm나 되는 훈장에도 걱정이나 놀라움이 생략된 그냥 덤덤한 어조. 연륜의 힘!


나는 이 곳에서는 눈에 띄는 존재였던 모양이다. 많은 분들이 한 마디씩 해 주셨다. “대단합니다.”

60대는 젊은 이 취급받는 곳. 거의 유산소 운동이 주가 되는 이곳에서 나는 줄기차게 근력 운동. 러닝 머신이 워킹 머신이 되고 자전거를 타며 옆 사람과 시국 담화하는 곳. 몸에 수술 흔적 가지신 분들이 젼혀 이상하지 않은 곳. 바로 노인복지회관 체력단련실이다.


대부분이 나잇살이라는 배에 과체중 걱정하시는 곳에서 내 마른 몸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벼운 몸에 약간은 볼록볼록 한 잔 근육. 쉬지 않고 하는 근력 운동이 부러우신가 보다.

“힘들지 않으세요?”

“매일 하니 괞쟎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나는 안 하면 안 됩니다.”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도 내 운동하는 모습을 부러워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위장이 좋지 않아 마른 몸매에 병원 신세 지느라 생긴 근감소증까지. 근육의 절대량 부족. 암과의 싸움 때문에 근육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던 곳이다. 가끔 소주잔 기울이며 농담도 주고받던 곳!


이웃사촌이라 했던가. 달에 한 번씩 보는 옛 친구들보다 훨씬 자주 보던 분들, 운동 후에는 상처 있는 벌거벗은 몸을 스스럼없이 보여 주던 친구들. 동병상련이란 말답게 서로 위로를 받던 곳.


공공기관들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반갑다. 가끔 운동 길에 만나는 어르신들의 말에 반가움과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 섞여 나온다. 복지관이 다시 개관을 해도 옛과 같은 정이 나올까? 걱정. 해결책은 코로나가 완전히 가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기타 배움이 끝나고 잠시 갖는 만남의 시간. 어쩌면 기타를 배우는 또 하나의 목적이 될 수도 있는 즐거움이다. 오늘은 가장 연장자 어르신의 요청으로 횟집에서 소주 한 잔! 평소보다 조금 과소비.


“오늘은 내가 쏜다.”

“손주에게 좋은 일 있습니까?”

표정이 영 아니다. 요약하면, 나이가 드니 손이 무뎌져서 진도를 따라가지를 못 하겠다. 민폐 되니 다음 주부터 그만두겠다. 그동안 즐거웠다. 이런 말씀이시다. 내가 극구 만류. 내가 봐도 처음 시작한 나보다는 훨씬 윗길이시다. “나오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소주 한 잔 쭉! “사실은 딸의 요청에 건강 검진. 전립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씀!” 나이 여든이신데 말릴 방법이 없다. 그 후로는 소식 두절.


노인복지관 체력단련실은 건강이란 필요에 의해서 또 은퇴하신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모이는 곳이다. 해서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으신다. 보이지 않는 날은 어쩔 수 없는 길흉사가 아니면 거의 건강 검진 탓이다. 그런데 건강 검진을 혼자 다녀오셨다는 분은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이 딸 아니면 며느리와 함께다. 모두 여자이지만 딸의 비율이 훨씬 높다. 왜 남자들은 병원을 혼자 가지 않는 걸까?


“얼마나 더 살겠다고?” 지금은 거의 들을 수 없는 공인된 삼 대 거짓말 중 하나. 어르신들의 “내가 죽어야지.” 신조어 하나. “틀딱!” 젊은이들의 눈총 때문에! 자식들의 극성에 못 이겨 다녀왔다?


내 경우를 생각해 본다. 나는 은퇴 전의 건강 검진이었으니 눈치 탓은 전혀 아니었다. 어찌 생각하면 죽지 않을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직장에서 하는 약간은 형식적인 검진. 나 혼자였으면 하지 않았을 위 내시경 감사를 아내 손에 이끌려 거의 반 강제적으로 받았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 한 폐암 발견.


폐암의 무서운 점.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때 늦어서 발견. 허파꽈리가 제 구실을 하기 힘들 정도의 중증이었지만 등산까지 다녔으니... 폐가 등산 등 유산소 운동으로 커진 데다 몸이 망가진 폐에 적응을 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흡연의 무서움 실감.


다음 주에는 내가 육 개월마다 하는 정기 검진. 여섯 시간 금식해야 하는 좀 힘든 검진이다. 암 진단받으면 멘털이 붕괴되어 어떻게 병원 가는지도 잘 모른다. 이번 검사도 아내 손에 이끌려 가게 되겠지! 죽음 아니면 삶이 두려워서!?


다음 주에도 아무 문제없기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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