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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14. 2020

코로나가 만든 일상

"This  little  bird"

 

늦은 결혼으로 아직 캥거루 남매를 두고 있는 은퇴 백수.  나이와 병력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민감한 편이다. 집 앞 강변 걷기 운동과 취미 생활로 하루를 보내는 팔자 좋은 늙은이.  

   

카펫이 깔려 있는 2층 딸네에서 석 달간 생활한 경험.  카펫 탓에 진공청소기 화력이 세어야 하고 계단에 카펫이 깔려 있어 여자가 청소하기 힘들다.  사위가 하던 일.  할 일 없는 내가 대신.  우리 집에 와서도 때로는 내가 집안 청소.  깔끔하지 못 한 성격 탓에 내 지분은 2, 30프로 정도.  그래도 청소기 돌리고 나면 괜히 뿌듯.  이 나이에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  

   

아내와 내 요리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아내는 음식 고유의 맛 선호.  나는 와일드 쿠킹 방식을 즐긴다 . 라면을 끓여도 아내는 오직 라면만.  계란조차 넣지 않으려 한다.  나는 산악반 막내 시절처럼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어 그 옛날 꿀꿀이죽처럼.  어느 날 별미로 토마토 라면을 끓였다.  아내는 질색.  식초를 첨가한 맛에 딸의 말.  “맛있다.  스파게티 맛이다.” 늦둥이 왈.  “건강한 맛이다.”  이후 휴일 별미로 라면 담당은 나다.  토마토 라면.  시골서 가져온 땅콩으로 하는 탄탄면 등.     


지난여름.  탈수기 장만 전.  빨래 개키는 일을 내가 거든 적이 있다.  별생각 없는 손놀림.  아내와 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딸의 말. “생활의 달인 감이다.” 개킨 빨래를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빨래에 각을 잡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항고라 불리던 반합의 반찬통으로 모포를 접고,  손가락에 침까지 묻혀가며 편지지로 옷의 각을 잡던  군시절의  습관이 나도 모르게 그만!  몇십 년 전의 추억 소환.  그 뒤로 우리 집 빨래는 내 담당.  


오늘은 모처럼 카메라를 메고 집 앞 탄천으로 새 촬영을 나간다.  요즈음은 작은 새에 빠졌다.  논병아리.  할미새.  보호 동식물이라는 물떼새까지.  육안으로는  보기조차 힘든 작은 새들이다.    

 

집에 와서 빨래가 있다면 당연히 내가 개킨다.

좋은 세상!  폰으로 올드 팝 한곡!

마리안느 훼이스풀의 “This littl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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