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근교의 관광지
아내가 깰세라 조심조심 커피를 내리는데 "몇 시고?"
잠자리가 바뀌니 잠이 깊이 들지 않았단다. 잠자리 탓이 아니라 여행의 설렘이겠지. 어제의 장거리 이동에도 예상 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은 레드락 케니언을 간다. 스타는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라스베이거스 관광 전에 간단한 몸풀기 정도로 하는 관광.
간단한 차림으로 프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호텔의 헬스장으로. 그 옆은 수영장. 수영은 준비가 필요하니 간단히 헬스만. 근육량이 부족하여 면역력이 약화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우리나라에서도 근력 운동 중.
젊어 한때 산 좋아하던 나는 벌써 가슴이 뛴다. 사실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기대되던 관광지다.
힘 좀 쓰고 나니 아내가 내려왔다. 사진 몇 장 찍고 미리 약속되어 있는 호텔 로비로. 미화 2 달러를 주니 차가 대령된다. 여기서 레드락까지는 30분 내외의 거리다. 설레는 가슴으로 출발!
이곳 서부 지역은 사막지대다. 어디를 가도 황무지다. 이황무지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미국인들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운동을 한다. 레드락 캐니언. 그 황무지에서도 MTB를 탄다. 겨울이지만 햇살은 따갑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정말 익스트림 스포츠 수준이다.
서양인들은 젊어서는 멋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그래서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많이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은행, 칼리지, 체육관이다. 동네마다 공용 수영장이 있고 미국 부잣집의 기준이 수영장 유무라는 말까지 있다. 실제 자전거 라이딩을 가면 수영장 있는 집들이 꽤 있다. 백인과 우리와의 차이점. 우리나라 여자분들은 운동 시 햇빛을 무척 꺼린다. 백인들은 남 녀 구분 없이 해만 나면 벗는다. 일광욕. 너무 하얀 피부는 가난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다.
사실 레드락 케니언은 자전거 하이킹과 트레일 코스가 유명한 곳이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세계적인 암벽등반 코스도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바위가 붉은색이다. 그런데 그 암벽이 사암이다. 몇 억년 전에 모래가 퇴적되어 생긴 바위. 소위 퍼석 바위다. 바위가 물러 볼트와 하켄이 빠져나온다는 말. 사암에 암벽 등반이라니. 실제로 "비가 오면 위험하다." 란 경고가 있다. 다행히 이곳은 사막지대. 조슈아 트리도 보인다. 모하비 사막이란 의미다. 아무리 비가 오지 않아도 내 배짱으로는 오르지 못할 것 같다.
자전거 라이더들을 보며 방문객 센터 도착. 유료 주차장인 듯. 가격은 모르겠다. 그리고 미국도 인플레가 심하니 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 잘못하면 가짜 뉴스 된다. 센터 구경 후. 그 앞의 바위 구경. 왜 레드락인지 뚜렷이 보여 주는 이곳이 "캐리코 탱스 트레일" 가는 길.
겨울이라 조금은 조용하지만 봄은 야생화가 멋있고 하이커와 트레일러들이 넘친단다.
수많은 트레일 코스 중에서도 붉은 바위가 가장 멋있고 인기도 높다는 캐리코 탱스 트레일 코스를 올랐다.
4km 못 미치는 거리에 비록 암벽은커녕 볼더링 수준도 되지 않는 스크램블링 정도의 바위지만 정말 오랜만에 암벽 등반 기분 만끽 했다. 여기의 탱스는 웅덩이란 의미라는데 지금은 건기라 물 구경은 하지 못 했다.
그래도 내게는 무척 의미 있는 하루였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한 무리의 야영객들이 들어온다. 승합차 안에 헬멧, 자일이 보인다. 짧은 영어. “아 유 락 크라이머?” “예스!” 엄지손가락 세우며 “굿!” “땡큐!” 물어볼 말은 많은 데 그놈의 영어 때문에 물어볼 수가 없다. 이곳은 한 눈에도 자일을 달 수 없는 퍼석 바위다. 이런 곳에 볼트와 하켄을 박으면 그게 견딜 수 있을까? 암벽 용어는 영어 잘하는 사람도 통역하기가 쉽지 않다. 의문만 품은 채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레드락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는 30분 거리. 저녁은 라스베이거스의 횟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