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2)

by 김윤철

수도권으로 이사 오니 시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교통이 편리하다. 지하철에 얼마 기다리지 않아 나타나는 버스에 자가용이 필요 없을 정도다. 편리한 교통 탓인지 끈 떨어진 소속감 때문인지 같은 취미나 가까운 곳 사는 친구끼리 작은 모임들이 많다. 동기회에 열심인 친구가 학창 시절 가까운 사이여서 나도 반 강제로 한 동네 모임 회원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보름에 만나는 사이. 시골과 서울의 문화 차이가 크 별 재미는 없었지만 서울 생활 적응을 위해 꾸준히 만났다. 이 모작 인생들이라 다들 모임에는 열심이다. 길에서 만났다면 그냥 지나쳤을 사이지만 얼굴도 모르던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린다.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가벼운 욕이 섞인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우짜든동 건강하자! 위하여!" "위하여!" 임기 1년 회장의 건배사와 함께 모두 짠. 열명이 모였지만 원샷하는 친구가 없다. 모두 잔을 반만 비우고 내려놓는다. 내 기억 속의 친구들 모임은 "묵고 죽자! 위하여!"였다. "나이가 연세다. 구호가 많이 약해졌다." 추억을 풀어놓자 말들이 많아진다. 나이 들면 양기가 입으로 올라온다 했던가. 주량이 줄어든 만큼 추억들이 헤쳐진다. 자연스레 녀석의 이야기도 도마에 올랐다.


경계심이 풀어질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간 친구들의 녀석에 대한 뒷 담화. 대구 중심에서 의사로 계시던 아버지 덕에 금수저였던 녀석은 공부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아버지 등쌀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의 대학에 다녔다. 여기까지는 나도 아는 사실이다.


녀석의 대학 생활을 확실히 아는 친구는 드물었다. 당시에는 서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이 아니면 그냥 대구에 눌러앉아야 했다. 따라서 녀석의 뒷담화도 소문에 성향을 더한 추측 정도였다.


"녀석의 하숙집은 친구들의 사랑방이었고 놀기 좋아하던 녀석은 잡기에 빠져 살았다. 당구로 술값 벌었다고 한다." "아버지 희망 따라 고시 공부. 몇 번 실패하고 4급, 지금의 7급 공무원 생활. 아버지 사 후는 그마저 그만두고 부동산 경매 다니다 거기서 만난 여자와 결혼." 등 등 좋은 말 보다 안 좋은 말이 많다.


학창 시절 녀석과 가까웠던 친구가 자리에 왔다. 약간은 버거웠던 힘 좋은 친구. 말도 직선적이다.

"남 말 들을 거 없다. 여기 사는 놈들 집값 덕 안 본 놈 없다. 글마는 땅 보로 다닌다고 지 패 다 까고 다녀 그렇다. 빙시 같은기 모임에 푼돈 몇 푼 내마 댈낀데 꼭 2차 가서 돈은 돈대로 쓰고 술 취해 떠들다 욕만 묵고 그렇다. 글마도 외롭다. 잘해봐라."

나도 녀석을 별스럽게 생각지는 않는다. 내 기억 속의 녀석은 그냥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정도다. 경계할 생각도 욕할 생각도 없는 약간은 코미디언 같은 느낌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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