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식탐, 그것은 순수한 본능
“안돼!!”
아침을 먹고 잠시 집안일을 하다가, 텅 빈 접시를 보자마자 내 입에선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분명 한 장 남겨둔 팬케이크가 그 잠깐 사이에 없어진 것이다.
“무강이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
갑자기 신난 무강이의 뽀뽀를 잔뜩 받은 남편이 덤덤하게 말했다. 산책도 다녀왔겠다, 잠들어야 할 녀석이 아까부터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꼬리도 치켜 올리고 여기저기 몸도 비비고 오줌까지 쌌다. 그 원인이 바로 훔쳐 먹은 팬케이크일 줄이야.
느닷없이 맛있는 간식을 먹은 무강이는 트림까지 시원하게 하고 나서야 잠을 청한다. 현장을 바로 잡지 않는 이상 사고를 쳐도 혼내지는 않는다. 이미 팬케이크는 없어졌고 저지른 사고도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무강이는 식탐이 강하다. 아마 거의 모든 강아지가 식탐이 강할 것이다. 무강이는 배가 터져도 모를 정도로 사료를 퍼먹을 것 같다. 사람도 배가 부르면 수저를 놓는데 강아지의 배고픔은 어디까지 먹어야 충족이 되려나.
강아지 식탐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게 없는 것 같았다. 보통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는데, 유전적 요인은 말 그대로 타고난 기질에 따른다.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식탐이 있는 강아지가 있고 없는 강아지가 있다. 환경적 요인은 먹을 것을 갈구하게끔 나들어진 주변 환경을 본다. 경쟁이 너무 심하거나, 혹은 펫숍에서 작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굵기는 경우를 따진다. 아마 무강이 같은 경우엔 타고난 식탐과 함께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탓도 있는 것 같다.
강아지의 식탐은 어떤 면에선 도움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이 매우 명확하고 간절하니 그를 이용해 훈련의 효과를 키울 수 있다. 무강이의 훈련 역시 식탐을 이용하니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워낙 똑똑하고 눈치도 빠른 게 식탐까지 있으니 우리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덕분에 웬만한 개인기는 일주일 이내로 가르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침을 너무 많이 흘린다는 것이다. 간식을 들고 무강이의 집중을 이끌어내고 있으면 주둥이 양 옆으로 침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강아지의 식탐이 귀여운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천진함과 해맑음이 너무 귀엽다.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이용할지라도, 그래서 속내가 빤히 보여도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그 당당함이 너무 귀엽다.
혹여 먹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무강이는 어떡해서든 답을 찾아낸다. 싱크대를 기웃거리다가, 그러다 혼나서 엎드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정자세로 앉아서 눈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본다. 입가에 침이 흘러 털을 적시지만 상관없다. 그러면 나는 못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간식 하나를 던져준다.
이런 방법도 안 통할 때가 있다. 특히 요즘엔 장염이 걸려 모든 간식을 금지당한 상태다. 아무리 손을 주고 눈빛을 쏘아대도 꿈쩍하지 않는다. 급기야 간절한 시선을 피해 자리를 옮기기까지 한다. 그러면 포기해야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속상한 마음에 단전 깊숙한 곳에서 꾸웅- 하는 소리가 난다. 어이없어 웃으면 삐진 기색을 숨기지 않고 눈을 굴리며 나를 쳐다본다. 간식 줄거 아니면 웃지 말아줄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무강이의 식탐은 빛을 잃지 않는다. 먹는다는 건 살겠다는 의지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준비를 하는 강아지들은 밥을 먹지 않는다. 무강이는 장염에 걸려 설사를 해도 내 팬케이크를 훔쳐먹었다. 지금은 잘 나았다. 이런 의지가 있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가 보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필요에 따라 숨기고 계산적으로 행동할 법한데, 강아지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본능에 이끌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간식만을 향해 돌진한다. 험한 세상에 찌든 인간의 시선에선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강아지의 본능이 순수해보이기까지 한다.
앞뒤 제치고 먹을 것을 찾는 강아지의 본능은 인간의 시선으론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먹겠다는 본능은 결코 우습지 않다. 우리는 살면서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실패를 거듭해도 좌절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무강이의 당당한 식탐은 오늘도 여전하다. 나는 그 여전한 식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훈련도 하고 산책도 다녀온다. 그러면 무강이의 식탐도 만족할 수 있고 평화로운 산책도 완성할 수 있다. 우리의 행복한 공존에 무강이의 식탐은 필수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