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강아지가 되려면

책임에는 비용이 따른다

by 익호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새것으로 바꿀 수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몸”이다. 우리는 자신의 몸과 함께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이왕 사는 거 더 잘 살고 싶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무강이 역시 죽을 때까지 개의 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건강해야 한다. 특히 무강이는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다. 말도 할 수 없는 동물이니 세세하게 온 몸을 뒤져 건강을 확인한다. 으르렁거리며 짜증을 내도 할 일은 해야 마음이 편하다.


무강이를 데려오고 좋은 병원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물어보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병원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우리의 첫 이별, 우주의 죽음이 바로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우주는 정말 건강한 강아지였다.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쌌다. 약도 잘 먹었다. 잘 놀고 잘 잤다. 강아지의 의무를 성실히 다 하는 녀석이었다.

문제는 중성화였다. 병원은 우주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바로 예약을 잡았고,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주를 수술실에 넣어놓고 간식을 사러 쇼핑을 했다. 남들 다 하는 수술이니 얼른 끝내고 맛있는 간식을 먹일 생각만 했다. 쇼핑을 마칠 무렵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우주는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뒀다.


우리와 우주가 함께 했던 시간은 고작 3개월이었다. 너무나 건강한 강아지를 중성화라는, 다분히 인간의 필요에 의한 수술로 죽였다는 생각에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무강이는 그런 이별을 딛고 다시 만난 강아지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만큼 건강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이름도 만수무강하라는 무강이로 지었다.


19-1.jpg 빨리 도망가고 싶은 무강이


우리는 무강이의 중성화 수술을 조금 늦게 했다. 사실 무강이의 생리가 끝나면 그 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강이의 생리는 영 소식이 없었다. 다른 강아지는 7~8개월 쯤 되면 시작을 한다던데, 무강이는 9개월이 다 지나가도 천방지축 날뛰기만 했다. 결국 더 기다리지 못하고 수술을 결정했다. 우리는 병원에 우주의 이야기를 했다. 이런 사연이 있으니 조금 더 신경 써주십사 하는 바람이었다. 감사하게도 병원은 하루를 온전히 무강이의 수술에 써주었고, 무강이는 건강하게 중성화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강아지는 생각보다 병원에 자주 간다. 한달에 한번 심장사상충과 외부진드기 구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강이는 30kg이하로 분류되어 갈 때마다 약 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나온다. 이 비용에 가끔씩 치르는 감기, 염증 등의 가벼운 질병의 진료비도 추가되고, 치약, 칫솔 같은 위생용품의 비용도 든다. 특히 우리는 무강이의 구강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처음 데려오던 날 무강이의 송곳니 네 개가 모두 까맣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의 모든 비용이 사람보다 비싸지만, 특히 치과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들었다. 다행히 무강이의 까만 이빨은 하얀 영구치로 거듭났다. 새 이가 잘 나길 바라면서 매일 양치질을 했다. 그 때부터 시키던 양치가 지금도 버릇이 되었다. 이제 무강이는 사람들에게 하얀 이를 내보이며 칭찬을 받는다. 뿌듯함은 내 몫이다.

가끔씩 사고를 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도 병원에 간다. 한 살이 되기 전, 무강이는 급한 마음에 튀어나가다가 닫히는 자동문에 발이 끼었다. 자동문은 무강이의 발을 씹고 그대로 닫혔다. 발바닥은 찢어져 피가 철철 났다.


찢어진 발에 철심을 박으려면 마취를 해야 했다. 그런데 마취를 한 지 두 시간이 지나도 무강이의 눈빛이 또렷했다. 정신력으로 마취를 버티고 있었다. 결국 무강이는 맨 정신으로 철심을 박다가 똥까지 지렸다.

무강이는 그 이후로 병원을 좋아하지 않다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다. 꼬리를 치며 반기다가도 선생님의 손이 닿으면 도망 나온다. 인사를 다 했다 싶으면 문에 자 리잡고 선다. 이제 집에 가자는 뜻이다.


발을 다친 이후로 큰 사건이 없어 안도하고 다니던 차에, 가장 최근에 또 무강이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뻔 한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 기절을 한 것이다. 강아지가 기절을 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는데, 그게 우리 강아지라니.


주로 걷는 산책을 하는 무강이가 답답해 할까봐 남편은 무강이와 함께 달리기를 종종 해준다. 문제는 그 때 목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신나게 달린 나머지 무강이의 목줄이 꽉 조여 일시적으로 쇼크가 온 탓에 무강이가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신나게 뛰다가 갑자기 사지가 굳어 쓰러진 무강이를 본 남편은 우주가 떠올라 패닉이 왔다고 했다. 그 와중에 신속하게 마사지를 해 차단된 혈류를 통하게 해준 순발력에 나는 감탄했다. 그 이후로 무강이의 달리기는 금지되었다. 줄을 풀고 달릴 수 있는 공간에서만 달릴 수 있다.


19-2.jpg 병원이 쪼금 맘에 들기 시작한 무강이


아무리 건강한 강아지여도 함께 살다보면 상상을 벗어나는 사고를 많이 겪는다. 무강이 역시 이런저런 사고를 겪으면서 병원을 많이 다녔고, 그럴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곤 한다. 어쩔 수 없는 지출이고 당연히 감당해야 할 지출이다. 보호자들은 늘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 보험이 없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치료를 포기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손가락질 하고 싶지 않다. 비싼 비용을 핑계삼아 책임감을 내던지는 사람들과, 내 동물의 편안한 마무리를 위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심정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책임에는 비용이 따른다. 단순히 돈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하나의 생명을 죽을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종의 차이를 뛰어 넘어 동일하게 다가온다. 그런 책임을 끝까지 다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동물들이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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