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네 안에서 걷는다

by 깡통로봇

손님을 부르는 트럭의 녹음 음성에는

좋은 걸 놓치지 말라는 긴박한 유혹이 담겨있다.

하루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하늘이 높아졌다.

저만큼 올리느라

요란스레도 비는 비워댔고,

에어컨은 한시도 쉬질 못했다.


넓어진 바람 가는 길

무얼 채울까 생각하다

찬 달이 입을 삐죽거리기 전에

잔잔한 표면에 얼굴 담가놓은 산 그림자


고양이 솜털같이

연초록 쏘옥 올라오던 새잎 나던

꼬옥 잡은 떨리던 손

잎 떨어져도

붉게 여물어가는 마음 안으로

잠시 스며든 바람 따라

가을날 너를 걷는다.



올레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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