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by 깡통로봇

집 찾아 돌아가는 가을이

넉넉히 무르익어

가져온 시간들을 내려놓으면,

그리움은

쟁여놓고 한 일이 년 아낌없이 써도

질리지 않게 풍요로워진다.


출렁거리는 다리 위에서

흔들리던 시간은

빛이 났으나

다시 입고 가기는

무거운 옷


찬 달도

스며들지 못하는

남아있는 신전의 굳건한 기둥 같은 삼나무 숲길을

고개 들어 파람을 보지 못하고

앞 그림자만 졸졸 따르다가

사람 없음에 머리털 쭈뼛거렸던 몸은

불현듯 한 인기척에 사레로 들썩이다

오스스한 샛길로 찾아든다.


다리 여럿 달린 벌레처럼

바르작거리는 생각들을

어제의 집에 놓고

선선한 바람을

등에 업고,

숨 편히 유영하는

물고기 꼬리지느러미처럼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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