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에서

- 행복이 어떻게 달리니

by 깡통로봇

모든 말이 여기에서 시작되었으나,

지난밤 불고 지나간 바람에

앙상해진 나뭇가지들을 보고

하나가 가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집 한 채씩은 지고

지리산을 종주하던

젊은 날의 배낭은

머리 위까지 솟은 무게로

철쭉꽃 사이를 걸어가는

걸음을 재촉했고,

산장 사이는 멀어도

길 위엔 이야기들이 많아

주워 넣는 손도 바빴다.


숨 가쁘게 능선에 오르면

찬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 너머

전해 듣지 못한 말들이 있고,

도형의 중심에서는

볼 수 없는 경계선에는

걷고 또 걸어야 도달하는 시간이 있어

'있어도 되는 세상'*을 찾아

팔랑이는 날개 되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꽃들 위를

날아다닌다.


수집해서 채워 넣는 손을 멈추고

둘러보는 눈으로 날자.


모든 말이 여기에서 시작되었으나,

털어내고 빈자리에

숨겨놓은 햇살,

옆 사람과 말을 하면서 걸어도

숨이 차지 않은 속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하얗게 눈을 이고 빛나는 봉우리가 있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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