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해도 돼? 2

질문에 익숙해지기

by 한희
뽀뽀해도 돼?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 질문 자체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낯설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디어에서 많이 나오지 않는 질문일뿐더러 이 질문은 연인 관계에서도 자연스럽지 않은 질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실 나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었으나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많이 듣기 때문에 익숙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중딩들의 뽀뽀해도 돼? https://brunch.co.kr/@ycs365/22 )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고 질문받는 것을 낯설지 않게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 질문을 받아본 아이가 질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보면 정말 귀여울 때가 있다. 물론 늘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365일, 24시간 사랑의 감정으로만 살지 않기 때문에 가끔 미울 때도 있고 더 귀엽고 예쁠 때도 있다. 미울 때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예민하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반성을 하거나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예쁠 때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킨십이 많은 놀이를 할 때, 간지럼 태우기나 옷 속에 숨기 놀이 등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얼굴과 몸이 닿는다. 한참 즐겁게 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살이 닿는 느낌을 충분히 느끼는 것은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을 구분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 아이가 원한다면 평소에 안전하고 부드러우며 기분 좋은 살닿음을 자주 경험시켜주면 좋다


아이가 예쁠 때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은 간지럼을 태우기 전, 얼굴을 비비기 전에 허락을 받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런 놀이를 하면서도 아이가 싫다고 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비언어를 보인다면 바로 정지하거나 물어봐야 하지만 놀이의 흐름 안에서의 스킨십보다는 갑자기 애정이 솟구쳐서 하는 스킨십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인형놀이를 하고 있거나 그림책을 보는데 퇴근한 엄마나 아빠, 그밖에 어른들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와락 껴안거나 들어 올리며 '아이 예뻐~ '하며 뽀뽀를 하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은 관심도 없고 그냥 어른들의 감정에 따라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예뻐서 그러는 건데 왜 그러냐'라고 같이 짜증을 내거나 서운하다며 우는 표정을 짓거나 다시는 뽀뽀 안 해준다며 삐진다.


어떤 이들은 얘기한다. 뭐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내 새끼 내가 예뻐서 뽀뽀하는데 허락을 받아야 하냐고. 이렇게 피곤하게 키우고 싶지 않다고. 그럼 그렇게 키워도 된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권력 앞에서 '싫다고 하지 말라고!'라고 얘기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할 때 '왜 바보짓이냐며, 왜 거절 못하냐'고 다그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에게 친절하게 허락한 모든 것은 나중에 권력 있는 자들에게 하게 될 친절이니까. 그것은 부모의 보호자의 사랑이라고 질이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도 얘기한다. 그것은 후배를 위한 사랑이었고 제자를 위한 일이었다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는 행동도 상대의 동의가 없으면 폭력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존중이 바탕이 된다. 존중은 신뢰이고 신뢰는 사랑을 오래 지속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나는 존중을 가르친다. 그리고 존중의 선을 넘는 사람들을 빨리 알아차리고 거리를 두거나 지금 선을 넘었다고 말하는 훈련을 함께 하고 있다. 내가 배우지 못해서 허락했던 모든 것들을 내 딸과 아들은 지키고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어리다면 정말 잘 됐다. 빠르게 적응하고 적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으로 많이 컸다 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 바로 익숙해지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상황을 앞두었을 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스킨십 전에 물어보면 된다.


" 아이 예뻐~ 우리 00이 책 보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엄마가 뽀뽀해도 돼?"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뭐야~ 오글거리게, 뭐야~ 귀찮아, 뭐야~ 난 못하겠네.


하지만 이 '뭐야~'라는 벽을 넘으면 아이들은 나중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찌질하거나 웃긴 사람으로 보지 않고 존중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다.


뽀뽀를 허락해줄게! 맘껏 뽀뽀해~


이 허락은 아이와 나의 마음이 통했다는 증거이고 더 큰 기쁨으로 느껴진다. 좋아와 싫어라는 선택지 안에서 선택한 자유로운 허락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움 안에서 기꺼운 동의를 경험하는 것은 집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진짜 나를 사랑해주며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내가 허락하지 않아도 이 사랑이 철회되지 않을 것이며 내 선택을 수용하고 존중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연습하는 곳. 이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뽀뽀해도 되는지를 물었을 때 그를 찌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거절해도 이 사람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내가 만약 거절했을 때 그가 떠난다 해도 그것은 그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것, 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사랑을 잃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이다. 그리고 때론 모든 것을 허락하지 못했는가를 자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진짜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마음과 몸을 착취하는 것이 진짜 사랑 일리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저... 혹시 나쁜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