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운전을 하면서도 화장을 한다. 여자는 아이에게 음식을 주면서도 전화를 한다. 여자들을 가만히 관찰하면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경우가 드물다. 남자인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한 가지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일을 못한다. 두 가지 일을 한다고 할지라도 실수투성이다. 한두 번 실수로 낭패를 보면 다시는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뇌구조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다. 그 때문인지 여자는 남자보다 일을 많이 한다.
남자는 두 종류의 세상에서 산다. 회사와 집. 회사에서는 직함으로, 집에서는 아빠로 불린다. 여자가 사는 세상은 많다. 회사, 집은 물론 시댁, 친정, 아이 학교나 유치원, 아이 학원, 아파트 모임 등등. 헤아려보니 참 많다. 그만큼 챙겨야할 것도 많고 다른 이름이 많다. 남자도 추가적으로 처가 세상이 있기는 하지만 간혹이라 생략하기로 한다. - 나는 처가 어른들과 함께 살기에 처가는 그냥 내 집이다. - 아무리 여자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지라도 결혼과 아이 때문에 맞닥뜨리는 세상의 일들을 혼자 처리하기는 버겁다.
몇 가지 일들을 남자에게 맡기려 이야기를 하지만 남자는 도통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아이와 잘 놀아주라고 하면 스마트폰 게임을 시키고, 아이 점심 좀 챙겨주라고 하면 라면을 먹이거나 피자를 시켜준다. 아이 목욕 시키라면 아이와 목욕탕에서 실컷 물장난만 하고 나온다. 이러면서 뭐가 어렵냐고 아내를 타박한다. 아내는 속이 뒤집어진다. 결혼 연차가 쌓이면 여자는 집에 못도 혼자 박는다. 가끔은 형광등도 혼자 고친다. 여자는 뚝딱, 뚝딱 일을 해치우는데 남자에게 집안 수리하나라도 시키면 스패너, 직소, 드릴 등등. 남자에게 집안 수리는 장비발이다. 여자가 작업하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약은 찾아주지 못할망정 보호장비도 안하고 조심성 없다고 타박이다. 정말 웬수가 따로 없다. 잔소리 한마디하고 남자의 시선은 스포츠 채널로 향한다. 꼭 이럴 때 아이는 갑자기 밥 달라고 보챈다.
옛날이야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집안일로 구분되어서 남자를 조금 봐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여자도 똑같이 교육받고, 밖에서 돈을 번다. 세상은 변했지만 가정 일이 공평하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쯤 되면 여자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타고난 업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남자가 많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속 태우지 말고 가끔 남자에게 심술을 부리는 것은 어떨까? 어젯밤 술에 쩔은 남편에게 아침 해장으로 짜장라면이나 인스턴트 크림 스파게티를 끓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