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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종잇장>을 매일 연재하기로 했다. 주 5일이라는 ‘반쪽짜리 매일’보다는 ‘문자 그대로의 매일’을 실천하고 싶어서다. 그게 심플하다. 쓰고 싶을 때만 쓰는 글을 이젠 경계하고 싶고, 그 불규칙성에서 오는 복잡함을 없애버리고 싶다.
물론 주 5일도 충분히 규칙적이지만, 주 5일이라는 그 수식어가 거추장스럽다. 과장 좀 보태서 추잡스럽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에겐 모든 게 그렇다. 나를 둘러싼 모든 걸 간단하게 만들고 싶고,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 쓰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최근엔 화장품 하나를 줄였다. 토너-로션-앰플1-앰플2 순서에서 앰플1을 다 써서 버렸고 다시 구매하지 않았다. 없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화장품을 놓는 탁자에 공간이 조금 더 생겼다. 그 약간의 공간이 나를 더 말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앰플2도 다 쓰면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치워서 시간적 공간을 만든다. 아직 그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공간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나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좋은, 그런 재미없는 형용사에 기대고 싶진 않지만, 더 적확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간을 만드는 행위에 ‘좋은’이라는 말을 아끼고 싶지 않다.
어떤 미니멀리스트는 모든 가구를 벽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아서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언제든 나의 눈길이 머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불안함이 없는, 통제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 나의 정서를 그런 공간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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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나면 매일 연재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매일 글을 써낼 수 있을지 백 퍼센트 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글을 써내지 못한 날이 있더라도, ‘어쩌겠어’ 하면서 아무런 짧은 글이라도 써서 올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그런 순간에서 나는 더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그런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품어본다. 매일 씀으로써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