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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상 검증 구역: 더 커뮤니티>라는 정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봤다.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이라는 4가지 척도에서 각기 다른 경향성을 보이는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서바이벌을 벌인다. 대한민국에 없던 종류의 프로그램이라서 아주 신선했고 또 자극적이었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방송을 통해서 모두 드러냈다. 표를 보면 그 경향성이 한눈에 보인다. 점수의 총점이 4점에 가까울수록 중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점수의 총점이 12점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러나 방송을 보면서 느낀 점은, 표를 통해 보이는 경향성은 말 그대로 경향성일 뿐, 그것이 절대로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사상이 있고, 경향성이 있다. 실제로 나는 정치적으로 A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방송에는 B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도 출연했다. 그 사람을 보는데 그 사람이 밉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다. 어떤 사상이나 경향성보다 개인의 인간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출연자들이 했던 사상검증 테스트를 직접 해볼 수 있어서 나도 해봤다.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정치 부분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와서 놀랐다. 아마도 내가 세상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