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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문어 Nov 18. 2023

[현대건축: 비판적 역사] 읽기 (04)

2부 - 비판적 역사 / 2. 아들러와 설리번 1886~1895

"또 시작이 끝이다"


안녕하세요, 돌문어입니다.

건설공학과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다가 과제 스트레스와 주머니 사정에 말려 건설공학과 도시환경공학 전공으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만, 졸업을 앞두고 전공에 대한 흥미를 몽땅 잃어버려 장기간 휴학 상태에 돌입했다가 이제 막 복학 준비를 하며 이 시리즈를 준비했던 게 벌써 1년도 더 된 일이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복학도 성공적이었고, 인턴도 잘 마무리하고, 2023년 올해 들어 졸업전시를 했고, 마쳤습니다. 이제는 도록과 졸업논문 작업만이 남아있네요. 그런데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지쳐서 작업에 진전이 없던 찰나에 다시 이 시리즈를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가볍게! 하루에 한 장씩, 잘 읽고 내용을 잘 담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렇게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예열작업을 하면 좀 낫겠다 싶어서요. 제발...


아직도 고졸입니다. 꼴에 건축학도지만 머리에 든 것도 많이 없고, 이 책 자체가 너무 어려운 옛날 번역체라 충분히 내용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그러나 저는 잘못된 정보 전달을 매우 싫어합니다. 따라서 모든 지적은 감사히 받겠으니 언제든지 지적해 주세요.




[현대건축: 비판적 역사] 읽기 ④ / 2부 - 비판적 역사 1836~1967

2장 아들러와 설리번: 오디토리엄과 고층 건물 1886~1895


이번 챕터는 아들러와 설리번이라는 건축가들이 어떻게 건축작업을 해나갔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어설프게 요약하는 것보다는, 책에 직접적으로 인용된 설리번과 아들러의 글과, 책 내용 일부를 보는 것이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렇게 진행하려 합니다.



루이스 설리번, 「건축에서의 장식」(1892)

건물 몸체가 잘 만들어지고 아름다울 수 있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몇 년간 장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미의식의 덕목인 미적 좋음(aesthetic good)을 위해 굉장히 좋을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억지로라도 삼가고, 자연스럽고 우호적이며 건전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배워야만 한다. (...) 우리는 장식이 필수가 아니라 사치임을 마음으로 알아야 한다. 아무 장식 없는 매스의 가치가 위대할 뿐 아니라 제약임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는 낭만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우리는 이것을 표현하려는 갈망을 느낀다. 또 우리는 강하고 단단하며 단순한 형태가 우리가 원하는 편안한 옷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또한 베틀과 탄광의 최고급 생산물인 양 반쯤 가린 채 예복을 입은 듯 시적 형상을 한 건물은 마치 듣기 좋은 선율이 조화를 이룬 음성과 함께 울려 퍼지듯 배가된 힘으로 호소한다는 것을 안다.


루이스 설리번, 「어떤 사상의 자서전」(1926)

고층 상업 건물은 땅값 압력에서, 땅값은 인구압력에서, 인구 압력은 외부적 압력에서 유발되었다. (...) 그러나 수직 운송수단이 없으면 오피스 빌딩을 층계 높이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이제 기계 엔지니어의 두뇌에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상상력과 관련 산업은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발명했다. (...) 높이에 대한 새로운 한계는 석조술의 성격에 내재해 있었다. 갈수록 두꺼워지는 벽은 바닥공간을 잡아먹었고, 인구 압력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바닥 공간의 가격은 점점 비싸졌다. (...) 고층 건물을 세우는 [이러한] 시카고에서의 활동이 드디어 동부 지역 압연 공장 영업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공장들은 지난 얼마간 교각 작업에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구조형태를 압연해 왔다. 기초작업은 준비돼 있던 셈이다. 엔지니어의 상상력과 기술에 근간한 영업술이 문제였을 뿐이다. 모든 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철골 개념은 이렇게 시카고 건축가들에게 시험적으로 제시되었다. (...) 목적은 달성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아래 새로운 것이 탄생했다. 시카고의 건축가들은 철골 구조를 받아들였고 이를 이용해 무언가 해냈다. 동부의 건축가들은 이에 겁을 먹었고 어떤 기여도 할 수 없었다.


단크마어 아들러가 쓴 오디토리엄 빌딩 홀에 관한 묘사

공연장에서 발견된 대단히 파격적인 건축적·장식적 형식은 달성해야 할 음향 효과들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되었다. (...) 동심원의 타원 아치는 무대 입구에서 공연장 전체에 이르기까지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소리가 퍼져야 함을 감안한 것이다. 타원 아치의 외관을 살펴보면, 아랫면과 측면은 부조로 꾸몄고 백열등 전기 램프와  (...) 통풍 시스템을 위한 환기구는 장식의 주요하고도 효과적인 부분이며  (...) 냉난방과 통풍 장치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 3미터 지름의 팬이 건물 꼭대기에서 신선한 공기를  (...) 공연장으로 끌어들인다.  (...) 이렇게 유입된 공기는 먼지와 검댕을 씻어내기도 한다.  (...) 덕트 시스템은 공기를 공연장의 다른 공간, 무대  (...) 복도 휴게실과 드레스룸으로 이동시킨다. 공기는 무대로, 바깥쪽으로 그리고 천장에서 아래쪽으로 흐른다.  (...) 덕트들은 좌석 단의 수직면에 난 틈에서 배기 팬으로 연결돼 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아들러와 설리번은 새롭게 등장한 철골 구조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맞는 건축적 장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했던 듯하다. 이어지는 책의 내용에서 이들이 어떤 작업을 통해 건축적 언어를 드러냈는지 알 수 있었다.



98p

설리번의 장식에는 항상 이슬람적 경향이 있다. 심지어 본질적으로는 기하학적이지 않은 장식도 거의 항상 기하학적 형태에 맡겨졌다. 이러한 동방의 미학과 상징에 의지해 설리번은 서구 문화의 지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의 분열을 화해시키려고 했고, 후에 이 양극단을 그리스적인 것과 고딕적인 것에 연관 지었다.  


1890 설리번, 게티 묘지, 그레이스랜드 공동묘지, 시카고

Getty Tomb Graceland Sullivan front By David Gleason


99p

설리번은 고층 프레임에 적절한 건축적 언어를 발전시킨 점에서 인정받을 만하다. (...) 더 이상 아케이드가 없는 파사드는 격자형 벽기둥으로 분절되었고 벽돌로 입혀졌으며, 창문 가로대는 뒤로 물러나게 하고 테라코타로 표면을 처리해 창문과 융합되게 했다. 4년 후 설리번은 그의 두 번째 걸작인 개런티 빌딩에서 이 표현 공식을 더욱 다듬었다. (...) 이 13층짜리 오피스 빌딩에서 설리번은 하나의 장식적 구조를 창조했다.  (...)“장식은 끼워 넣거나 잘라내는 의미로 적용되었다.  (...) 완성된 장식은 마치 어떤 유익한 외부 힘에 의해 재료의 실체로부터 온 것이어야 했다.”. (...) 설리번에게 자연은 예술에서 스스로를 구조와 장식을 통해 드러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1895 아들러와 설리번, 개런티 빌딩, 버펄로, 1895  

Prudential buffalo louis sullivan By Jack E. Bouche


그리고 이어지는 아들러와 설리반의 행보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101p

그는 아시리아인의 그것에 버금가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데 병적으로 집착했다. 이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고 소외시켰다. 당대 사람들은 본질적인 것에서 뿌리 뽑힌 채 미개척의 영역 끝에서 불황을 겪고 있었다. (...) 대중의 외면은 설리번의 사기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뛰어난 재능은 여전했음에도 그의 권력은 스러지기 시작했다. 설리번은 점잖은 파트너 아들러와 헤어지면서 전문가로서의 숙명을 짊어질 힘마저 잃어갔다. 세기가 바뀌면서부터 그는 작업 의뢰를 거의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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