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바다 Mar 15. 2024

10년의 가르침

-우리 같이 컸다 고마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아주 오랜 옛말 아니 그 말은 전설 속으로....

요즈음은 일 년 아니 한 달만 지나도 몰라보게 변하는 모든 것들.. 원래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 오  00 이 좋은 향기 나는 데?? 데이트?"

"선생님 향기 좋은 것 같아요? 좋은 것 말고 남성스러운 것 같아요??"


고 3 남학생이 쉬는 시간 휴대폰을  꺼내 얼굴에 난 조그마한 젊음의 상징 여드름을 계속 노려본다.

훤칠해진  키에 " 뉘 집 자식인지 참 잘생겼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랑 영화도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고 하니 옆자리 친구가 부러워한다.



" 이번주 용돈 다 쓰면 충전될 때까지 못 만나.."


아직 경제권은 엄마한테 있을 나이. 열아홉 고 3.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엄마손을 꼭 잡고 태권도 도복을 입은 한 귀여운 남자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교무실에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태권소년처럼 목소리 한번 크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심지어 90도로 인사하며 한 손에 쥐고 있던  사탕하나를  건네준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다.

그 녀석이 주말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간다며 향수냄새가 어떤지 물어보고 있다.


 10년째 학원을 쉬지 않고 다니는 학생이 흔치는 않다. 있기는 하겠지?

초 2학년부터 고3까지..

대략 7,8년 정도는 있었지만 10년은 정말 최장수 충성고객님이시다.

대학입학금을 내주는 게 전혀 이상치 않을 수 있다.



고 3이면 이제 혼자 공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고 3은 의리로 학원 다니는 거라며 7월까지만 공부하고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 웃음기 쏙 빼고

  " 그다음엔 어떻게 해요??"

이젠 네가 알아서 살아야지 짜식아...


지방은 소위말해 정시파이터보다는 내신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하다.

중간고사까지만 우리 열심히 하고 헤어질 준비를 하자꾸나..




이 친구가 10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나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젊음과 패기가 가득했던 그때..


너도 10년 세월 선생님 잘 따라줘서 고마웠고 나도 너 덕분에 많이 성장했어.

그 오랜 세월  우리 사이에 많은 일들과 시험들이 오고 갔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건 너를 자식처럼 생각했던 내 마음. 그걸 알아준 네 마음인 것 같아  너무 고맙구나.




" 선생님 저 그만둬도 서운해하지 마세요..."

" 선생님 너랑 마지막 수업날 많이 울 것 같은데??"


서운해하지 말란 말이 오히려 더 서운했는데,

다음날 똑같이 생긴 자기 동생을 데려와 등록시켰다...

아주 똑같이 생겼다.

중 2이니까 앞으로 4년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10년이란 세월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나 싶다.

2학년 첫 학원을 들어올 때가 생생한데 나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피곤해 보이면 커피도 사다 주고 사탕도 사다 주는 고3이 돼버린 너를 생각하니 벌써..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원하는 대학 가서 선생님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 한다..


화이트데이 사탕까지 챙겨주는 녀석.. 여자 친구 꺼 사면서 어쩔 수 없이 내 것도 산모양이다.ㅎㅎ


이전 02화 안전지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