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은 스스로 흐른다.]

Go with the flow

by 무지개바다


jack-anstey-HtUBBdNDxpQ-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 Jack Anstey




도덕경 8장에서 노자는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말하며,

"물은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흐른다"라고 한다.


살아오면서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던 시기와 일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더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와 마음은 늘 따로 놀기 마련이다. 그 또한 자연의 이치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무엇을 이루려는 일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설사 좋은 결과라고 해도 억지로 했다면 내 힘의 200%는 써야 80%의 결과가 나왔을 거란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와 갈등들을 잡아먹은 그 시간과 노력들은 나중에 더 큰 후회를 만들어버리게 하기도 한다.

급기야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며 다음 일을 할 때 용기를 앗아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나답게 살다 보면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고, 하루에 몇 시간씩 무리하게 공부하기보다, 꾸준한 루틴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습관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얼마 전 10년 전에 나온 모임사람들을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마주쳤다.

인사는 서로 주고받는데 여간 불편할 수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었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흐르는데, 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하는 고장 난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결이 맞지 않은 사람들을 박차고 나온 건 지금도 너무 잘한 일이라고 여기지만, 좁은 동네에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뻔히 알고 있기에 순간 작아졌던 것도 맞다.

굳이 나오지 않고 대충 어울려도 충분히 좋은 정보, 좋은 관계가 됐을 수도 있었을까?라는 순간적인 생각도 해봤지만,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 유연하게 나아가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조금이라도 젊은 시절 내 태도에 대해서도 조금은 반성해 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겸손하게 행동하면 사람들과 더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내가 겸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주장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들을 꼭 따져야 하는 어찌 보면 쓸데없는 영웅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생각해 보면 때로는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타협을 좀 더 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덕경의 가르침처럼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되,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결국 자기 길을 찾아가는 삶이니까!

억지로 관계를 붙잡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친한 친구나 연인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 집착하거나 억지로 붙잡기보다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나?" 고민하기보다, 흐름을 지켜보며 관계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

말이 쉽지 굉장히 힘든 부분이 내 인생에 왔다 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이렇게 크고 작은 변화들이 우리 인생에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런 변화의 초기에는 내 인생이 왜 이럴까라는 생각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날들이 지속된다.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물처럼 흐르듯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시간이 약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생은

"물은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 바다까지 흘러간다."


힘을 빼고 흐름을 타면, 예상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조급함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일단 두고 보자. 결국 바다로 흘러갈 테지.


shifaaz-shamoon-okVXy9tG3KY-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 Shifaaz shamoon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03화[The more, the 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