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과유불급
持而盈之,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지니고서 그것을 가득 채우려 하면,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 라는 말이 딱 떠오르는 구절이다.
올해 미니멀리즘을 선언했다.
허나 지금 이글을 쓰면서 고개를 들어 좌우로 스캔만 해도 벌써 한숨이 나온다.
버릴게 투성이다. 어쩌자고 이많은 책들과 물건들을 사모았을까? 심지어 한번도 안쓴 물건도 보인다.
언젠가는 쓰겠지하고 사놨던 골프공박스가 딱 꼴보기싫다.
며칠전 일터에 있을때 엄마가 집에 다녀가셨다.
퇴근해서 보니 집안이 반짝반짝 , 주방싱크대며 상부장까지 어찌나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해놓으셨는지,
감사한 마음이 먼저들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 힘든데 뭐하러 이렇게 까지 해놓으셨을까...그냥 두지.."
청소할거면 같이하자고 절대 혼자 하지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했것만..안 통한다..엄마들이란...
( 엄마가 도와주신것도 감사하지만 내 물건을 엄마마음대로 치워놓는게 싫은게 솔직한 내 심정반이다.)
" 혹시나 했던건 그냥 다 버려.딸..알았지? "
미니멀리즘은 엄마 나이쯤 되야 쿨할수 있단말인가..
나름 쿨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물건버리는건 자꾸 여러번 생각하게된다.
다음번에 엄마가 왔을땐 치울게 없도록 만들어놓는게 잠재적인 계획이다. (엄마 최대한 늦게오세요..)
옷장을 정리하면 아침마다 고민하는 시간도 줄고, 필요한 옷만 남아서 오히려 스타일도 정리가 된다.
나처럼 이옷도 입고싶고 저옷도 입고싶어하는 성향의 사람에겐 꼭 필요한 미니멀리즘이다.
좀 더 깔끔하고 정갈한 의복선택에도 도움이 될듯 하다.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모든 관계를 꽉 채우려 하면 부담과 피로가 쌓이게 된다.
언제부턴가 (아마 나이를 먹으면서겠지) 주변에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일처럼 느껴질때가 있었다.
" 쟤는 사람 참 좋아."
"유머도 있고, 재치도 있어."
이런 몇마디 말들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가기싫었던 술자리도 식사자리도 몇번 가봤지만 역시나 그런 자연스럽지 못한 장소나 상황은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유머도 재치도 사람좋은지도 모르게 무의미하게 밥만먹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모든 사람과 친밀해지려 애쓰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다.
노자선생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관계를 소유하려 하면, 그 관계는 경직되고 본질을 잃어버리니 오히려 비워두고 여유를 주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도덕경]에서는 물처럼 흐르는 삶을 강조한다.
인간관계도 억지로 채우려 하면 막히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깊은 속 뜻이 담겨있다.
‘가득 채울 대상’이 아니라 ‘흐르게 둘 공간’이다.
손을 꼭 쥐면 물이 새어나가지만, 손을 펴면 물이 고이듯, 집착 없이 관계를 바라보면 더 깊은 연결이 이루어진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삶의 진리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오고 갔는가..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면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는걸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관계를 꽉 채우려 애쓰기보다, 비움 속에서 진짜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인간관계의 철학이 아닐까?
[일정미니멀리즘]
시간을 가득 채우려 하기보다, 적절한 여백을 두는 것이 더 큰 성취를 만든다.
하루를 최대한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 일정을 빡빡하게 채우려 하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시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다는걸 너무나 잘알고 있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지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고 결국 번아웃까지 경험을 하게 된다.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결과를 만든다.
자연은 억지로 성장하지 않는다.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커지지 않듯이, 우리의 성과도 꾸준한 과정 속에서 깊어지는 것이지, 무리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면 오히려 망가질 수 있다.
계획을 세우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물은 부드럽지만 단단한 바위를 깎아낼 만큼 강하다. 우리의 시간 관리도 마찬가지야. 빡빡한 일정과 강박적인 목표 설정보다는, 유연함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해낸 것에 대해 감사할 때 비로소 삶이 충만해진다.
노자는 "지나치게 채우지 말라"고 했다ㆍ 현대인들은 늘 "더 많은 성취, 더 많은 성공"을 원하지만, 과연 그게 진정한 행복일까?
너무 채우려 하지 말고, 적절히 비워가면서 흐름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도덕경이 가르쳐주는 지혜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언제쯤 이 많은 물건들과 고민들을 물흐르듯이 버릴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