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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없는 공간]

도덕경 11장

by 무지개바다
filip-kominik-IHtVbLRjTZU-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Filip Kominik



"바퀴의 허브는 비어 있어야 바퀴로서 기능할 수 있고, 항아리는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으며, 방은 비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무위(無爲)의 힘

이 장은 도덕경 전체에서 강조되는 무위(無爲) ,인위적으로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의 원리와도 연결된다.

바퀴, 그릇, 방처럼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남겨둔 공간이 가장 큰 역할을 하듯, 억지로 하지 않음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된다는 개념이다.






흔히 우리는 비움을 단순히 무소유 또는 미니멀리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비움"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내 머리속엔 치울것 투성이인 베란다와 꽉찬 냉장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장소들은 비울수 있는 공간이 아닌 비우면 금새 물건이 불어나는 미스테리한 공간이라는걸 깨닫기를 분기별로 하고 있다.

언젠가 쓰겠지라고 넣어둔 물건은 어제까지도 쓰이지 않았던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오래된 신발을 버려야 새로운 신발을 들일 수 있듯, 우리의 마음도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려면 과거의 후회나 미련을 덜어내야 한다.

어제의 기분나쁘고 힘든일들이 오늘로 이어지게 되면 후회와 미련의 무게가 내눈은 안보이게 귀는 멀게 만들기도 한다. 후회와 미련이 채워놓은 공간에 새로운 경험이 들어오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 된다.

음악에서도 소리 자체보다 쉼표나 침묵이 곡을 더 깊이 있게 만들듯이 삶에서도 적절한 휴식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균열이 난곳을 꾸역꾸역메꾸지말고 과감히 비워버리도록 노력해보자.



비움은 정지하는 멈춤이 아니라 더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강물이 막힘없이 흐르려면, 물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야 하듯이, 우리는 삶에서 너무 많은 걱정과 집착을 내려놓아야 더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다.

그렇다고 흘러가게 두면 포기하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확신해본다.

말처럼 쉽지않으니 노력해야한다. 스스로 저절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우리가 쥐고 있는 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붙잡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욕심, 집착, 버리지못한 여러감정들을 가슴속 구석구석마다 칸을 만들어 꼭꼭 밀어넣고 있지는 않은가?

한꺼번에 튀어나오지 않도록 미리미리 하나씩 정리하며 비워보자.

그래야 좋은 마음도 채워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의식적으로 한번씩 내 마음 서랍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갖고 있던 미웠던 마음, 나를 화나게 했던 큰 사건 사고들, 행복하지 않았던 나쁜 기억들을

하루에 한개씩 꺼내 버려버리는 연습을 해보면, 다이어트를 할때 몸이 가벼워지는 것 처럼 내 마음도 가벼워지는것을 느낄수 있게 된다.

정말이지 효과가 있다. (신기하게도 )


종이에 낙서를 가득 채우면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없듯, 마음에도 여백이 있어야한다.

지우개로 낙서를 지워내면 자국은 남을수 있지만, 다시 그릴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지워진 자국이 말끔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만들어진 공간에 좋은 마음 좋은 생각들로 가득채워보자.

sheldon-liu-FrQKfzoTgsw-unsplash.jpg 출처: Unsplash의Filip Komin바퀴,


현대에 와서 왜 이렇게 마음챙김이 강조될까?

아마도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정보 과부하 상태에서 사람들이 본질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자연 속에서 천천히 살아가던 삶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 SNS, 유튜브, 할 일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하는 거겠지.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중에 스토아 철학의 대표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마라."라고 했고, 에픽테토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라고 했다.

요즘 우리가 말하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건 흘려보내라".는 마음가짐 즉 비움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이다.

노자는 "도를 행하는 자는 억지로 하지 않는다."

"마음 비우기"나 "순리에 따르기"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눈으로 볼수 있다면 좋을까?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마음을 알고는 싶지 눈으로 볼수 없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숨기고 싶은 마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꺼내고싶지 않은 마음들을 눈으로 보며 살아간다면, 결국 그런 마음까지도 거짓으로 바뀌어 버릴수도 있으니까.

숨기고 싶은 ,들키고 싶지 않은, 꺼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아예 생기지 않게 하려고 더 노력하겠지.

과연 그런 감정들을 다 없앤다는게 좋을까?

그런 마음이 있어야 좋은마음, 행복한 마음들이 빛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든다.

결국 좋은게 있으면 나쁜게 있다. 나쁜게 있으니 좋은것이 좋은 것이다.


형태가 없는 우리의 마음공간의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주자.

시원한 바람이 마음의 먼지들을 조금 날려버릴수 있게.

그렇게 또 우리는 시원한 바람에 씻겨난 먼지처럼 아무렇지 않게 또 살아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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