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19장 -솔직한 고백
見素抱樸,少私寡欲。(견소포박, 소사과욕 )
소박함을 보고, 순수함을 지키며, 사사로운 마음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하라.
"소박하게 살자" 말은 쉽다.
그렇게 다짐하고선, 며칠 전 오랫동안 참아왔던 소비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한방에 터뜨렸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 고생했잖아!"
그렇게 합리화하고선, 마음속 한쪽에 때가 되면 사겠어라고 접어두었던 욕망을 펼쳐버렸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던 내가 창피해지는 순간이다.
도덕경을 읽으며 少私寡欲 (사사로운 마음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하라) 되새겼지만, 나는 아직 물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인간이다.
매일 아침 필사를 하고 독서를 하며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키려고 했고 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나에게 얼마큼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과연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욕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매일아침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나 자신의 행동과 생각들을 마주해 본다.
얼마나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는가?
그동안 해왔기에 멈출 수도 없고, 멈춘다면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는것은 아닌가..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적당히 모른 채 내려놔야겠다.
노자가 말한 '少私寡欲'은 무조건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욕망을 완전히 없애라'는 게 아니라,
조금씩 덜어내고, 지나치지 않게 살라는 뜻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다.
예쁜 옷, 새 스마트폰, 반짝이는 가방과 신발들.. 심지어 인간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남들은 이미 가졌다'는 비교의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가끔은 욕심을 채우고 싶어 져 그걸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는 나 자신을 볼 때 한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노자는 이렇게 알려준다.
"본질을 보고, 순수함을 품으며,
사사로운 욕심은 줄이고, 바람은 적게 가져라."
소박함은 완벽하게 비우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연습의 반복인 것 같다.
넘칠 때마다 줄이고, 욕심이 고개를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그렇게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것.
나는 아직 부족하다. 내가 하는 일, 가끔은 인간관계도 의심하며 잘잘못을 따지고 있는 부족한 인간이다.
그래서 또 배우고, 또 다짐한다.
오늘은 조금 덜 바라보고,
지금 가진 것에 마음을 두고,
내 안의 '더, 더'를 '충분해'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소박함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현자가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좀 더 풍부하고 편안한 삶이 더 좋은 거니까.
적당히 밸런스를 맞춰가며 살아가야지..아니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