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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Sep 23. 2021

다름을 인정하는 것

예진 5) 한없이 다르지만 소중한 반려묘

나는 사람을 가리는 편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강사로 활동하고 다양한 행사를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지속적인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어릴때부터 몇 명 되지 않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친근함을 느끼는 첫번째 기준은 나의 크고 경박스러운 웃음소리에 함께 웃는 사람인가 아닌가이다. 온 몸으로 웃는 나를 보면서 미소라도 짓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친구가 될 가능성이 낮다.



치즈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반응이 다정한 고양이다. 사람으로 보면 만나자마자 절친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다. 낮 시간에는 자유롭게 자다가도 저녁에는 온몸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목소리도 작고 귀엽다. 가끔 가까운 곳에 앉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도 할때면 나는 하루종일 밖에 있었던 일들을 치즈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쇼키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이었다. 일단 낯선 우리집 온 쇼키는 밥과 물 화장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잠시 나왔고 만져주면 골골거렸지만 먼저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람의 애정을 받기 위해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고양이었다. 내가 다가가서 어떤 말이라도 건네면 부담스럽다는 듯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우리집에 오고 난 일주일 정도는 파양을 생각했을 정도로 나와 맞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쇼키가 한달, 두달이 지나고 외출 후 돌아오니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마중을 나오는 것은 강아지의 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4층까지 걸어가야 했던 자취방에서 쇼키는 문 앞에 다정하게 마중 나왔다.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사람을 보고 3초의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한다. 쇼키의 첫인상으로 나는 얼마나 크게 오해를 하고 있었나. 만나자마자 내 무릎에 올라왔고 뱃살에 꾹꾹이를 하던 치즈와 다르게 일년이 지나야 쇼키는 내 몸에 꾹꾹이를 하기 시작했다. 힘들고 아픈 일이 있로 지친 하루 끝에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이불속으로 들어와 내 팔에 기대고 조용히 곁을 지켜준 것도 치즈가 아닌 쇼키였다.



첫 인상의 불편함(?)으로 쇼키를 데려다줬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치즈와 쇼키는 한없이 다른 성격이지만 내게 모두 소중한 반려묘가 되었다. 나의 절친 같았던 치즈는 의외로 어디 가서도 잘 살 것 같지만 마음을 여는데 긴 시간이 걸렸던 쇼키는 어디도 보내기 못할 나와 꼭 맞는 고양이가 되어갔다.






<이미 지나간 어떤 날>

- 반려동물 에세이, 매주 목요일 만나요

* 캘리그라피작가 언니 예진 @iyj1120 

* 수의테크니션 동생 수진 @__am.09_ 


귀엽게 자는 고양이 치즈
꽃 옆에서도 근엄한 고양이 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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