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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Nov 14. 2024

달을 부르는 사람

사람으로 확장되는 삶


물론, 내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큰 범위에서는 속한 문화권이나 국가, 집단적 범위에서 사고방식이 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세밀한 영역에서, 각 개인은 본인마다의 도덕적, 사회적, 상식적 기준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유난히 좇는 가치가 비슷하고, 사고의 모양이 유사한 사람들이 있다. 

혹은, 쏟아지고 뿜어져 나오는 내 막대한 양의 생각들을 담담히 들어주고, 심지어는 그것들을 모아 자신의 틀에 통과시켜 내게 되돌려주는 이들도 있다. 


그 대화는 꼭 달을 불러오고야 만다.


분명 밝은 낮에 시작한 대화는 달이 떠올라도 끊이지 않고, 조금만 무리해도 찔러대는 편두통은 일찍이 자리를 피한다. 


다음 날의 해가 떴을 때 밀려올 피곤에, 후회할 걸 알면서도 달을 바라보며 대화는 이어진다. 웃기도, 울기도, 잠시 졸려 눈을 끔뻑이기도 하면서. 


그런 날들이 모여서 삶의 부피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달을 부르는 사람들이 내 삶에 쌓여서 나를 토닥이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안에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못할 말들이 있다. 


내 작은 마음과 좁은 시야로는 내놓지 못할 삶의 해답들이 있다. 또 나는 나에게 해줄 수 없는 위로와 응원의 말들이 있다. 


나는 나를 관찰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직접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몇 번의 달을 함께 보낸 사람들의 입술에서 피어나는 코스모스 같은 소중한 말들은 나 혼자서는 결코 닿을 수 없었던 곳을 경험하게 한다.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길을 걷는 날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을 시간의 선에 꼭꼭 눌러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기쁘게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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