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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31. 20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02



너에게 나를 보낸다 02



너의 마음 위에 나의 마음을 올린다

나의 마음 위에 너의 마음을 올린다

우리는 한 몸으로 푸른 하늘 오른다




                           

강아지 배추 뜯어먹는 소리  



사람들은 가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가 배추를 뜯어먹는 소리가 좋다. 내가 밭에서 일을 하면 강아지는 열심히 배추를 뜯어먹고 풀도 뜯어먹는다. 때로는 꽃밭에서 놀다가 꽃에 콧구멍을 들이대고 향기에 취하기도 한다. 또한 예쁜 꽃을 입으로 따서 다른 강아지에게 건네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소나무들이 많이 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또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웃기도 한다. 주로 산의 주인들이 많이 웃는다. 뿐만 아니라 겨우 남아 있는 멀쩡한 소나무까지 마구 베어낸다. 알고 보니 산에 소나무가 없으면 밭으로 개간하기가 쉽다고 한다. 소나무가 많은 숲은 밭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주택지로 용도를 변경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땅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산에 소나무가 없어져야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비싼 밭에 소나무를 심는다. 비싼 밭을 값이 싼 숲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아픈 몸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아픈 사람들의 보폭은 건강한 사람들의 보폭과 다르다. 나란히 손잡고 걸을 수 없다. 함께 같은 속도로 걷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나의 속도에 맞추어서 산다. 나의 시는 나의 삶이어서 마침표가 없다. 나의 시의 마침표는 나의 무덤이 될 것이다. 또한 나의 시에는 숨표가 많다. 나의 쉼표는 나의 헐떡이는 숨이다. 숨이 차기 때문에 자주 쉬어 주어야만 한다. 시는 시인의 발걸음을 닮아야만 한다. 시는 시인의 숨결이 느껴져야만 한다.

     

나는 평생 숲을 가꾸는 것이 꿈인데, 숲이 아직은 나를 품어주지 못한다. 참나무가 많은 정읍의 종석산이  좋아서 가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종석산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친구가 있다. 그곳으로 가려고 작은 임야를 구입하고 교육을 받아서 임업후계자가 되었다. 하지만 함께할 친구는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듯하다. 나는 참나무 숲을 가꾸고 많은 사람들이 참나무로 부활하기를 꿈꾸는데, 친구는 참나무를 베어내고 산양삼을 대규모로 재배하여 큰 소득을 올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물론, 약초 재배에 좋은 여건이니 어느 정도의 재배는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숲이 목적이 아니고 돈이 목적이라면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숲을 원한다. 

    

나는 5년 전에 이미 평생 써야 할 시의  원고료를 선불로 받았다. 나의 심장 속 대동맥 판막을 뜯어내고 금속판막으로 교체하였다. 깨어나보니 나의 통장에 거금이 입금되어 있었다. 내가 수술을 받기 전날 입금을 하고 기도를 하였던 것이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그는 쉬지 않고 기도를 하였을 것이다. "꼭 살아 돌아와 좋은 시를 써 주세요. 응원합니다." 이 응원 메시지와 그의 기도가 나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수술을 받는 동안에 꾸었던 꿈속의 천사가 나를 살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간절한 기도에 보답하기 위하여 지난 5년 동안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출사표를 던지고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어도공화국이 들어설 아름다운 숲을 구하지 못하여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쳤다. 그곳에 나는 서천꽃밭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숲에 만들 이어도공화국을 미리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나와 인연이 닿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나무를 심고 가꾼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직은 함께 살 수 없지만 그들의 나무를 보며 날마다 생각을 한다. 그들의 나무를 가꾸며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숨을 쉰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은 그렇게 천천히 자라고 시나브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서천꽃밭에 자란(紫蘭)이 피어나고 은방울꽃이 피어난다. 자란(紫蘭)의 꽃말은 "서로 잊지 않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라고 한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달문moon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 나무를 심다 보니 

어느덧 숲이 되었다 꿈의 숲이 되었다

서천꽃밭이 되었다 달문이 되었다 달문moon이 되었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달문moon에는 이제

그대를 기다리는 나의 숨결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수국으로 피어나는 어머니의 파마머리도 반갑고

연꽃으로 피어나는 그대의 환한 미소도 아름답다


나는 이제 나의 이 아름다운 길을 끝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아니,

나는 이제 나의 이 길을 끝까지 노래하며 행복하게 가려고 한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이름을 '평생학교'라고 한다. '서천꽃밭'이라고 한다. '달문'이라고 한다 '달문moon'이라고 한다. 나의 손전화기는 아주 오래되었고 성능이 좋지 않은 고물 휴대폰이다. 특히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 기능 때문에 언제 교체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또한 저장공간이 부족하여 자꾸만 비워주어야만 한다. 어쩌면 나도 나의 휴대폰을 닮았을 것이다. 나의 기억도 자꾸만 비워주어야만 할 것이다. 나는 홀로 일을 하다가 쉬면서 자꾸만 고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다. 나는 나의 시간을 자꾸만 붙잡아두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더 이상 저장 공간이 없어서 사진과 함께 나의 기억도 지워야만 한다. 자꾸만 비워내야 새롭게 채울 수가 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지우면서 생각하니 내가 만드는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는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강아지가 배추를 뜯어먹는 소리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이 강아지들과 함께 이 평생학교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먼저 배추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소문을 들은 강아지들이 모두 몰려와서 배추를 함께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배추밭 하나를 강아지들이 모두 먹어치웠다.





이 강아지들이 태어난 것은 동백과 수선화가 피어나는 겨울이었다. 여기는 날씨가 따뜻해서 수선화가 필 때 코스모스도 함께 피어나고 배추도 싱싱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이해가 될 것이다. 여기는 겨울에도 무와 배추가 싱싱하게 살아 있어서 우거지와 시래기도 따로 만들지 않고 그냥 싱싱한 배춧잎과 무잎으로 국을 끓인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여기는 말린 나물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만 한다. 말린 나물이라고는 제사상에 올리는 고사리가 유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강아지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모두가 함께 젖을 먹다가 하나 둘 밥을 먹기 시작했었다. 우리들도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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