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터 일기 5
― 쉼터 일기 5
<이어도공화국 제주시쉼터> 예약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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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에 물외를 먹고 씨를 버렸는데 다시 싹이 나더니 꽃이 피고 또다시 물외가 열렸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잠시 들러서 온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 물외가 글쎄 희망처럼 열렸습니다. 어젯밤에 제주시쉼터 사진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이신 이재정 선생님께서 25만 원 기부와 함께 사용 예약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시는 분들 스스로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인 기부 방식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므로 물품 기부도 함께 받도록 하겠습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기부금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와 세금 그리고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1. 2023년 12월 10일 ~ 31일 이재정 사진작가님 (시집 원고 마감 작업)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 분노한 사람들과
한 때의 실수 때문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산에 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에도
또 다른 희망의 나무를 심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자연의 큰 거울 앞에서
희망을 되찾은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 내가 함께 심었던
그들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안부 편지와 함께 가끔 보내주고 싶다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자라나는 나무를
보기 위하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올 수 없더라도
늘 가슴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자신의 나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끝끝내
함께 가야 할 길
겨울이 깊을수록
더 잘 보이는 길
실패한 사람을
함께 이끌어주고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워주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는 정말 좋겠다
나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산이나 아름다운 섬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이나 섬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하여 나는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고 한다. 먼 훗날 또 다른 내가 나타나서 아름다운 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꼭 만들어주길 기도한다. 나는 그 아름다운 세상의 작은 씨앗이라도 되고 싶다. 요즘 내가 만들고 있는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가 그 작은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자의 처지에 맞도록,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연합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씨앗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전국쉼터연합>을 만들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내가 가진 아름다운 씨앗을 잘 심고 아름답게 가꾸고 싶을 뿐이다. 먼 훗날 그 아름다운 씨앗이 아름다운 숲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 나무를 심다 보니
어느덧 숲이 되었다 꿈숲이 되었다
서천꽃밭이 되었다 달문이 되었다 달문moon이 되었다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는 이제
그대를 기다리는 나의 숨결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수국으로 피어나는 어머니의 파마머리도 있고
연꽃으로 피어나는 그대의 환한 미소도 아름답다
나는 이제 나의 길을 끝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아니,
나는 이제 나의 길을 끝까지 노래하며 행복하게 가려고 한다
내 평생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만드는 것인데 아름다운 산이나 아름다운 섬을 구하지 못해서 우선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치고 이어도공화국 건국을 준비하고 있다. 그 베이스캠프 이름이 바로 평화학교와 생명학교다. 나는 그 평화학교와 생명학교를 줄여서 '평화와 생명학교' 혹은 '평생학교'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나는 이어도서천꽃밭을 만들었다. 달문moon을 만들었다.
나의 손전화기는 아주 오래되었고 성능이 좋지 않은 고물 휴대폰이다. 특히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 기능 때문에 언제 교체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또한 저장공간이 부족하여 자꾸만 비워주어야만 한다. 어쩌면 나도 나의 휴대폰을 닮았을 것이다. 나의 기억도 자꾸만 비워주어야만 할 것이다. 나는 홀로 일을 하다가 쉬면서 자꾸만 고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다. 나는 나의 시간을 자꾸만 붙잡아두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더 이상 저장 공간이 없어서 사진과 함께 나의 기억도 지워야만 한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지우면서 생각하니 내가 만드는 '생명학교'는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강아지가 배추를 뜯어먹는 소리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이 강아지들과 함께 이 평생학교를 만들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먼저 배추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소문을 들은 강아지들이 모두 몰려와서 배추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배추밭 하나를 강아지들이 모두 먹어치웠다.
이 강아지들이 태어난 것은 동백과 수선화가 피어나는 겨울이었다. 여기는 날씨가 따뜻해서 수선화가 필 때 코스모스도 함께 피어나고 배추도 싱싱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이해가 될 것이다. 여기는 겨울에도 무와 배추가 싱싱하게 살아 있어서 우거지와 시래기도 따로 만들지 않고 그냥 싱싱한 배춧잎과 무잎으로 국을 끓인다는 것도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여기는 말린 나물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만 한다. 말린 나물이라고는 제사상에 올리는 고사리가 유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렇게 처음에는 젖을 먹다가 밥을 먹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기억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일까? 사진을 보아하니 강아지 어미가 수상하다. 이것이 어찌 된 일일까?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나의 꿈을 잊지 않기 위하여
이어도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아름다운 숲산을 구하지 못했고
아름다운 숲섬도 아름다운 숲숲도 만나지 못하여
나는 우선 작은 숲밭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밭을 숲으로 바꾸며 나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어도공화국 앞마당에는
화순금모래해변, 해수욕장
화순항, 형제섬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멀리 이어도가 있다
오른쪽 마당에는
산방산, 단산, 송악산
그리고
추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늘 살아있다
왼쪽 마당에는
바위 그늘집이 있는
안덕계곡과 월라봉이 있다
뒷마당에는 한라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안개가 몰려온다
멀리, 이어도에서부터 몰려오고 있다
이어도공화국까지 삼켜버린 안갯속에서
학자스민 향기가 학처럼 날아오르니
안개도 서서히 학 울음소리를 따라서 떠나간다
한라산과 오름마다 사월이 가기 전에
고사리 장마가 잊지 않고 찾아온다
사월에 산으로 떠나버린 영혼들을 위하여
함부로 울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온다
사람들은 밤안개의 뒤를 따라서 산으로 간다
고사리처럼 허리 깊이 숙이고 산으로 올라간다
한라산과 오름들의 무덤 속에서 기지개를 켠다
제주도 전역에 사월이 가기 전에
고사리 장마가 시작된다
사월에 동백꽃처럼 떠나버린 님들을 위하여
하늘의 마음이 고사리를 키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고사리를 꺾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제사상에 올린다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배가 고픈 영혼들은
아직도 가난한 산사람들과 나눠먹기 위하여
제사 음식들을 싸서 고사리 멜빵지게 짊어지고
산 위의 친구들에게로 콧노래 부르며 올라간다
― 쉼터 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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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에 물외를 먹고 씨를 버렸는데 다시 싹이 나더니 꽃이 피고 또다시 물외가 열렸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잠시 들러서 온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 물외가 글쎄 희망처럼 열렸습니다. 어젯밤에 제주시쉼터 사진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이신 이재정 선생님께서 25만 원 기부와 함께 사용 예약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시는 분들 스스로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인 기부 방식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므로 물품 기부도 함께 받도록 하겠습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기부금으로는 아파트 관리비와 세금 그리고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1. 2023년 12월 10일 ~ 31일 이재정 사진작가님 (시집 원고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