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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버선본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44

by 강산




버선본



어머니!

누나 쓰다 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습자지에다 내 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 걸.


어머니!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천 위에다 버선본 놓고

침 발라 점을 찍곤

내 버선 만드는 걸.


_ (1936.12. 추정, 윤동주 20세)



1936년 12월 초에 쓰인 작품으로 화자의 어머니가 버선을 만드는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 작품이다. 누나와 화자가 버린 습자지와 몽당연필로 버선본을 만들고 또 버선까지 만드는 어머니의 알뜰한 절약정신을 알아가는 화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버선본은 보통 한지로 만들곤 하는데 한지가 귀하던 시절에는 습자지로 대신하여 만들었다.


'버선본'은 버선을 지을 때에 감을 떠내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종이 본을 말한다.

'습자지'는 글씨 쓰기를 연습할 때 쓰는 얇은 종이를 말한다.

'어머니!'라는 부름법(돈호법)이 쓰였다.


* 원문표기

- '몰랐더니' -> '몰랏더니'

- '버선' -> '보선'

- '천 위에다' -> '천우에다'

- '침 발라' -> '침발려'


*메모


정치의 꽃은 복지고

외교의 꽃은 평화다


딱새


편의점 앞에서


그르르갉 깊대

그르르갉 진대


버선본-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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