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윤동주 시인과 함께 38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by 강산





윤동주 시인과 함께 38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그렇지요 어머님보다 더 아름다운 말은 없지요

그래도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더 불러 봅니다


봄, 이라 불러봅니다


당신이 나를 보니

봄이 옵니다

내가 당신을 보니

봄이 갑니다


별에도 봄이 옵니다

탐라국에도 봄이 옵니다

탐라국 입춘굿이 열립니다


입춘, 이란 말이 참 좋습니다

당신의 가슴은 늘 봄입니다

봄에 안기니 참으로 좋습니다


입춘대길, 이란 말도 참 좋습니다

건양다경, 이란 말도 참 좋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아무리 다른 말들을 불러보아도

어머님보다 아름다운 말은 없습니다

어머님,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말, 어머님

나의 어머님은 나에게 가장 슬픈 봄, 입니다



*



1. 탐라국 입춘굿 _ 탐라국의 왕이 몸소 밭갈이, 즉 친경적전(親耕籍田) 의식을 통하여 주민들과 함께 풍년을 기원했다는 내용으로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입춘굿을 한다. 낭쉐코사, 낭쉐몰이, 입춘굿, 뒤풀이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오늘날은 보통 3일(거리굿, 열림굿, 입춘굿)을 한다.

2. 입춘대길, 건양다경 _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양기가 솟아 경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3. 국태민안 가급인족 _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충족하라.

4.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_ 부모님은 천년토록 장수하시고, 자손들은 만대토록 영화로우라.

5.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_ 부지런히 일하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어 손님을 잘 대접하면 온갖 복이 찾아온다.



*



탐라국입춘굿



칼바람 추위에 납작 엎드려 있던 쪽파들이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눈송이인지 수선화 꽃잎인지 매화 꽃잎인지

새하얀 것들이

입춘 하늘을 온통 흔들어대고 있다

탐라국(耽羅國) 신들이 까마귀 궉새들 앞세우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으로 내려온다

동자복 미륵과 서자복 미륵이

용두암에서 헛기침을 크게 한다


신구간(新舊間)에 하늘 다녀온 탐라국 신들이

관덕정(觀德亭) 앞으로 내려온다

일만 팔천 신들이 시내까지 내려와 둘러보고 있다

제주목관아지(濟州牧官衙址)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신들과 사람들이 깃발 앞세우고 관덕정으로 몰려오고 있다


자청비가 앞에서 낭쉐를 끌고 온다

새로운 씨앗 뿌리려고 새 씨앗 가지고 자청비가 온다

바람신(風神) 영등할망도 함께 온다

어지러운 세상 한 번 뒤엎으려고 서둘러서 온다

바다도 뒤집고 하늘도 뒤집어 세상 한 번 바꾸려고 온다

천지왕 허락받아 작심하고 불어온다

바다에도 뿌리고 땅에도 뿌리고 하늘에도 뿌리고

온 세상에 알토란 같은 씨를 뿌리려고 풍요신이 온다

천지왕의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이 함께 온다

해도 둘 달도 둘 혼돈의 세상

거대한 활로 하나씩 쏘아 없애고 송피가루 뿌려

천지 질서를 바로 잡았던 두 신이

큰 활 둘러메고 보무도 당당하게 씩씩하게 온다

자청비를 따라 문도령도 오고 정이 없는 정수남이도 온다

풍물패와 난장패와 걸궁패와 함께

세경신 세 명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탐라국을 손수 만든 설문대할망이 온다

옥황상제의 호기심 많은 셋째 딸이 온다

자식들 모두 불러 모아 오백장군들과 함께 온다

깃발에 쓰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선명하다

흔들릴 때마다 부자천하지대본(富者天下之大本)으로 펄럭인다

흔들릴 때마다 권력자천하지대본(權力者天下之大本)처럼 펄럭인다

북 치고 꽹과리 치고 나팔까지 불어대며 춤추며 몰려온다

신은 사람 같고 사람은 신 같이 파도치며 몰려온다

등불처럼 몰려온다 등댓불처럼 몰려온다

환하게 불 밝히며 불빛처럼 몰려온다


신명 나는 굿판에서 낭쉐 한 마리

백비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남원읍 의귀리 송령이 골 지나 백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어둠 속에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 뼈를 뽑아 뼈를 깎아

뼈의 송곳으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뼈의 칼로 비문을 새기 듯

깊은 어둠 속에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관덕정(觀德亭) 앞 십자가에 매달려 지금껏 지켜보던 이덕구

신들을 따라 제주목관아지로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따라 탐라국 왕궁으로 입궐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꽂혀있던 빛나는 숟가락 던져 버리고

『한라산』시집 한 권 펼쳐 들고 강정으로 달려간다


온통 하늘을 뒤흔들던 꽃잎들

백록담의 백록이 뛰어오르고 오름마다 꽃들이 피어난다



https://youtu.be/sk8mR8Kgc38?si=pImgveKRPXRu1W-B

윤동주-시인과-함께-38-_-배진성-―-어머님_-나는-별-하나에-아름다운-말-한마디씩-불러-001.png


41

입춘첩立春帖은 24 절기의 하나인 입춘 날에 문이나 기둥, 벽 등에 써서 붙이는 글귀를 말한다. 글자 수에 제한이 없지만 거의 대구對句 형식으로 두 개의 구절을 쌍으로 붙인다. 그래서 춘련春聯이라고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별칭이 있지만 춘첩春帖이나 춘첩자春帖子가 널리 쓰이는 말이다. ‘첩帖’은 원래 붙인다는 뜻인데 춘첩의 풍습이 보편화되어서인지 지금은 아예 대련對聯이라는 뜻까지 사전에 올라 있다. ‘춘첩자’라고 할 때의 ‘자’는 자字로 오인하기 쉬운데 자子가 맞다. 사물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글의 내용은 주로 한 해의 평안과 복을 기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42

입춘첩의 유래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같은 옛 문헌에서도 잘못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오대십국五代十國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건국되기까지 혼란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나라들이 나타났다 사라진 시기를 오대십국이라고 하는데, 그중에 후촉後蜀, 934~965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후촉의 2대 황제인 맹창孟昶은 문장에 뛰어났다. 그가 도부桃符에다 ‘新年納餘慶신년납여경, 嘉節賀長春가절장하춘’이라고 쓴 것이 중국에서 춘련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새해에 조상이 끼쳐준 복을 받고, 좋은 명절에 긴 봄날을 축하한다.”는 뜻이다. 도부는 복숭아나무 부적이란 뜻인데, 귀신이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아들이는 의식에 복숭아가 등장한다.


43

대련의 글귀로 표현한 것은 후촉의 맹창이지만, 복숭아나무를 사용하여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훨씬 더 시대를 소급해 올라간다. 진秦나라 이전부터 중국의 민간에서는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면서 복숭아나무 판자에 전설 속의 귀신인 ‘신도神荼’와 ‘울루鬱壘’를 그림으로 그려서 문의 좌우에 걸어놓고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러다가 그림 대신 그 이름을 글씨로 써서 붙이게 되었다. 놀랍게도 2천 년 이상 된 이 풍습이 아직까지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 남아 있다.


44

맹창이 춘련의 선구가 된 뒤로 그 다음에 등장한 통일 왕조인 송나라 때 문인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춘련’이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명명된 것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에 의해서였다. 그는 남경南京에 도읍을 정한 후 제야除夜에 갑자기 명령을 내려 모든 공경公卿, 사대부, 서민의 집 문에 춘련을 붙이게 했다. 그리고는 평복을 입고 대궐 밖으로 나가 그 춘련을 둘러보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이후로 명나라 때는 도부 대신 종이에 글을 써 붙이는 춘련이 보편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청나라에 들어서는 더욱 성행하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주변의 한자 문화권인 나라에도 널리 전파되었다.


45

입춘첩에 쓰이는 문구는 주로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지만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그런데 ‘입춘대길’은 쉬워서 잘 아는데 ‘건양다경’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실은 앞의 구절과 같은 뜻이다. ‘건양’은 ‘양춘陽春이 선다는 뜻으로 ‘입춘’과 같고, ‘다경’은 경사, 즉 복이 많다는 뜻이니 ‘대길’이나 마찬가지다. 두 구절이 정연한 대구로서 뜻을 강조하기 위해 유사한 표현을 중복시킨 것이다. 그 밖에도 ‘國泰民安 家給人足’1),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2)’,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3)’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46

입춘첩은 이렇게 대련으로 써서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궁중에서는 완성된 시 작품으로 관례화되기도 하였다. 또 궁중에서는 입춘 때만 아니라 정월 초하루를 축하하기 위한 연상시延祥詩, 단오를 기념하기 위한 단오첩端午帖이 성행하였다. 이들을 통칭하여 절일첩節日帖이라고 한다. 이처럼 궁중에서 신하들이 지어 올리는 절일첩은 하례賀禮의 덕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치나 주색을 경계하는 등 임금에게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권면하기도 하였다. 현재 덕수궁 중화전中和殿에는 내부 기둥에 고종 때 신하들이 지은 단오첩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오랜 세월에 낡고 파손된 것이 많아 언제 지은 것인지 고증하기 어려운데 고종을 황제라고 한 것으로 보아 광무光武~융희隆熙 연간1897~1910으로 추정된다.


47

지금은 어문 생활에서 한문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아울러 한문과 관련된 전통 문화의 단절도 심각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입춘첩도 한문 문화의 한 측면인데 그래도 이 풍습은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꽤 성행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생각이다. 인문 정신이 깃들어 있는 이 풍습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

1) 국태민안 가급인족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충족하라.
2)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부모님은 천년토록 장수하시고, 자손들은 만대토록 영화로우라.
3)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부지런히 일하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어 손님을 잘 대접하면 온갖 복이 찾아온다.



제주도에는 해마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내가 인상 깊게 생각하는 행사들이 있다

1월에는 신에게 세배를 올리는

정월 초의 신과세제(新過歲祭),

음력 2월의 영등굿, 7월의 마불림제,

그리고 9월이나 10월에 열리는 추수감사절 성격의

시만곡대제가 열린다.

2월에는 탐라국입춘굿

3월에는 제주들불축제

4월에는 제주 4.3 위령제

나는 이런 행사에서 제주도의 정체성을 엿본다

올해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

탐라국입춘굿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 뒤돌아본다


탐라국입춘굿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낭쉐다

나무로 만든 소를 낭쉐라고 하는데

그 소의 모양과 기운이 해마다 다르다

쟁기질하는 소를 나무로 만들다니!

제주도 사람들의 정신과

예술가 정신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제주 원도심에서 만나는 봄맞이 축제


제주는 1만 8000 신들의 나라다. 이들이 하늘의 신에게 부름을 받아 하늘에 다녀오는 기간을 가리켜 ‘신구간’이라고 한다. 옛 제주 사람들은 이때에만 집을 옮기고 집을 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부로 이사를 하다간 신들을 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구간이 끝나고 신들이 제주 섬으로 내려올 때가 되면 무당은 굿으로 신들을 불러들이는 제를 지낸다. 이것이 ‘입춘굿’이다.


과거에는 각 마을의 본향신을 모시는 많은 심방들이 관덕정으로 모였다. 이들 중 가장 춤도 잘 추고 사설도 정확하게 읊는 우두머리 심방이 ‘도황수’인데 이날 뽑았다 한다. 심방이 신들의 강림을 청하며 격렬한 춤사위를 벌이면 신들은 알아듣고서 그가 연 문을 따라 제주 바람과 함께 온다.


때문에 입춘굿은 진정한 ‘대동제’였다. 탐라국 시절에는 왕으로부터 백성까지, 조선시대에는 제주목의 최고 관리인 목사에서 서민들까지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위 관리직부터 서민 계층까지 한데 어울려 놀았다. 심지어는 벌을 받거나 드물게 아주 큰 상을 받을 때나 드나들 수 있던 목관아도 이때에는 문을 열어 서민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도록 할 정도였다. 목사가 업무를 보던 연희각도 살펴볼 수 있었다.


탐라국입춘굿은 먼 옛날 탐라시대부터 이어지는 역사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841년 이원조가 쓴 《탐라록》을 비롯해 여러 문헌에는 탐라국의 왕이 친경적전(親耕籍田, 왕이 몸소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장려하던 풍속)과 더불어 풍년을 기원하며 의식을 치렀다고 밝힌다.


일제 치하에 제주인들의 정신적 결속력을 해체시키기 위해 중단됐다가 1999년에 ‘탐라국 입춘 굿놀이’로 복원됐다. 굿에 이미 ‘놀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데서 꼬리표를 떼고 ‘탐라국입춘굿’이라 이름을 바꾸고 오늘날까지 복원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를 주관하는 제주민예총이 탐라국입춘굿을 “명맥이 끊긴 전통사회의 입춘굿을 오늘에 맞게 부활시킨 새로운 축제”라고 소개할 만한 지난 역사가 있는 셈이다.


탐라국 입춘굿 :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기간2025.02.02. (일) ~ 2025.02.04. (화)

장소제주목 관아, 관덕정

주최(사)제주민예총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입춘, 제주는 예로부터 탐라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날을 특별하게 맞이해왔다. 탐라국 입춘굿은 제주 곳곳에서 펼쳐지는 춘경문굿과 새봄맞이 의례, 풍요를 부르는 낭쉐몰이 퍼레이드까지 입춘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축제다. 모두가 함께 소원을 나누고, 희망을 기원하며, 봄의 생명력을 터뜨리는 시간을 만든다.



2023 계묘년 탐라국입춘굿 '성안이 들썩, 관덕정 꽃마중'

□ 기간 : 2023. 1. 20(금) ~ 2. 4(토)

- 입춘맞이 : 2023. 1. 20(금) ~ 2. 1(수)

- 거리굿 : 2023. 2. 2(목)

- 열림굿 : 2023. 2. 3(금)

- 입춘굿 : 2023. 2. 4(토)

□ 장소 : 제주시 일원, 관덕정, 제주목관아

□ 주최/주관 : 제주시 / (사)제주민예총

□ 주요 프로그램

- 입춘맞이(1. 20(금) ~ 2. 1(수))

* 온라인 : 소원지 쓰기, 굿청열명올림, 굿청기원차롱, 입춘 등 달기

* 대면 : 입춘교실, 12달 복항아리 소원빌기

- 거리굿(2. 2(목)) : 춘경문굿, 새봄맞이 마을거리굿, 도성삼문거리굿, 춘 등걸기

- 열림굿(2. 3(금)) : 입춘성안기행, 세경제, 낭쉐코사, 입춘휘호, 사리살성, 주젱이허멩이 시연, 칠성비념(메밀떡나눔), 제주굿창작한마당

- 입춘굿(2. 4(토)): 오리정비념, 초감제, 새철새날을노래하다, 세경놀이, 낭쉐몰이(입춘덕담), 입춘탈굿놀이, 허멩이답도리, 마누라배송, 막푸다시, 도진




* 제주도의 1년 시작은 탐라국 입춘굿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입춘 전에 있는 신구간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입춘굿을 시작으로 대보름 들불축제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삼일절 발포사건이라고 말하는사삼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다. 올해는 그나마 비대면 생중계 방식으로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탐라국 입춘굿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낭쉐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나무로 만든 소인데 해마다 다른 모습의 소가 만들어진다. 올해는 과연 어떤 소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된다.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님의 페이스북 글과 작년에 썼던 나의 글과 사진을 올린다.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


새해 새봄의 큰 대문을 여는 '탐라국 입춘굿'이 2월 2일~ 3일 이틀간

제주목 관아 무대에서 비대면 생중계 방식으로 열립니다.


무병장수 하시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입춘국수 한 그릇 나누는

만남의 시간도 올해는 쉬어갈 수밖에 없고

많은 시민들을 모시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아

신축년 새해의 풍년과 풍어 그리고 무사안녕을 1만 8천 신들에게 소원하겠습니다.


제주에서도 거의 처음 시연하는 '마누라 배송굿'은 전염병과 나쁜 기운을 모두 몰아내려는 간절함을 담은 옛사람들의 신앙이자 전통문화였습니다.


봄은 희망의 또 다른 말,

우리가 희망이 되고

우리가 봄이 되는 날

탐라국 입춘굿에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강산 Feb 02. 20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몰하여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다

박쥐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뱀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중국 우한에서부터 세상이 바뀐다


내가 좋아하는 ‘탐라국입춘굿’이 올해는 전면 취소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정월대보름축제도 취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봄이 되는 날’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다. 우한 폐렴이 무섭다. 역시, 작은 것이 무섭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이 더 허탈하고 더욱 아쉬울 것이다. 나는 올해의 낭쉐를 볼 수 없어서 가장 아쉽다. 나무가 소로 부활하는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그런 나무소가 아스팔트를 갈아엎는 것도 나는 참 좋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지난날의 ‘탐라국입춘굿’을 뒤돌아본다.


심우도 / 강산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나의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 있다 멍에도 꼬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꼬리 죽비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한다 솔수염하늘소 때문이라고 한다 매개충을 없애려면 기미가 보이는 소나무를 싹쓸이해야 한다고 한다 포클레인이 탱크처럼 숲으로 진군한다


소나무 밑동을 잘라 쓰러뜨리고 토막 낸다 약품처리 하고 덮어서 무덤을 만든다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솔방울을 줍고 삭정이를 부러뜨리고 도끼로 고자배기를 하고 솔잎까지 갈퀴로 긁어 와서 땔감으로 쓰고 생솔가지까지 잘라 와도 잘 버티던 소나무,


겨우 살아남은 소나무들도 은밀하게 잘린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이 아니다 소나무가 없어져야 땅값이 오른다며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이제는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떠나간 엄마소 이야기를 할 곳도 없다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탐라국입춘굿 / 강산


칼바람 추위에 납작 엎드려 있던 쪽파들이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눈송이인지 수선화 꽃잎인지 매화 꽃잎인지

새하얀 것들이

입춘 하늘을 온통 흔들어대고 있다

탐라국(耽羅國) 신들이 까마귀 궉새들 앞세우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으로 내려온다

동자복 미륵과 서자복 미륵이

용두암에서 헛기침을 크게 한다


신구간(新舊間)에 하늘 다녀온 탐라국 신들이

관덕정(觀德亭) 앞으로 내려온다

일만 팔천 신들이 시내까지 내려와 둘러보고 있다

제주목관아지(濟州牧官衙址)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신들과 사람들이 깃발 앞세우고 관덕정으로 몰려오고 있다


자청비가 앞에서 낭쉐를 끌고 온다

새로운 씨앗 뿌리려고 새 씨앗 가지고 자청비가 온다

바람신(風神) 영등할망도 함께 온다

어지러운 세상 한 번 뒤엎으려고 서둘러서 온다

바다도 뒤집고 하늘도 뒤집어 세상 한 번 바꾸려고 온다

천지왕 허락받아 작심하고 불어온다

바다에도 뿌리고 땅에도 뿌리고 하늘에도 뿌리고

온 세상에 알토란 같은 씨를 뿌리려고 풍요신이 온다

천지왕의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이 함께 온다

해도 둘 달도 둘 혼돈의 세상

거대한 활로 하나씩 쏘아 없애고 송피가루 뿌려

천지 질서를 바로 잡았던 두 신이

큰 활 둘러메고 보무도 당당하게 씩씩하게 온다

자청비를 따라 문도령도 오고 정이 없는 정수남이도 온다

풍물패와 난장패와 걸궁패와 함께

세경신 세 명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탐라국을 손수 만든 설문대할망이 온다

옥황상제의 호기심 많은 셋째 딸이 온다

자식들 모두 불러 모아 오백장군들과 함께 온다

깃발에 쓰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선명하다

흔들릴 때마다 부자천하지대본(富者天下之大本)으로 펄럭인다

흔들릴 때마다 권력자천하지대본(權力者天下之大本)처럼 펄럭인다

북 치고 꽹과리 치고 나팔까지 불어대며 춤추며 몰려온다

신은 사람 같고 사람은 신 같이 파도치며 몰려온다

등불처럼 몰려온다 등댓불처럼 몰려온다

환하게 불 밝히며 불빛처럼 몰려온다


신명 나는 굿판에서 낭쉐 한 마리

백비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남원읍 의귀리 송령이 골 지나 백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어둠 속에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 뼈를 뽑아 뼈를 깎아

뼈의 송곳으로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뼈의 칼로 비문을 새기 듯

깊은 어둠 속에 연못을 파기 시작한다

관덕정(觀德亭) 앞 십자가에 매달려 지금껏 지켜보던 이덕구

신들을 따라 제주목관아지로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따라 탐라국 왕궁으로 입궐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꽂혀있던 빛나는 숟가락 던져 버리고

『한라산』시집 한 권 펼쳐 들고 강정으로 달려간다


온통 하늘을 뒤흔들던 꽃잎들

백록담의 백록이 뛰어오르고 오름마다 꽃들이 피어난다


000.png
002.jpg
004.jpg
200.jpg
300.jpg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NTS_000000000021917



https://brunch.co.kr/@yeardo/907


de670373-125c-46dc-9fb4-15a6fa99ea8f.jpg
39f1cc7f-c1c8-42c1-bc4c-a305510a4742.png
cde32ba8-047f-4a6a-8713-3118a75da075.jpg
6b10c275-a1eb-4ae8-88a4-716bf385e48b.jpg
eed13689-68c8-41c7-b706-14a1acb6b6fe.jpg
9ohSmjNfFvt.jpg
15kO68k2llE.jpg
214786_213150_2913.jpg
PYH2015020409870005600_P2_99_20150204162216.jpg
다운로드 (4).jpg
다운로드 (5).jpg
다운로드 (6).jpg
다운로드 (7).jpg
다운로드 (8).jpg
다운로드.jpg
000-1.jpg
000-2.jpg
000-6.jpg
14_akura501.jpg
1000.jpg
100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