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여자 누나 & 남자 동생
여자 누나
남자 동생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를 꼽자면 가족과 남녀관계가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가족이면서 남녀인 남매는 어떨까. 이건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시작한 '관계'에 대한 작은 이야기이다.
가까운 가족 중 남자 형제가 한 명도 없는 '나(John)'와 남자 동생이 있는 'Eee'는 그날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은 가족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우리의 공통점은 가족은 소중하지만 항상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첫째인 Eee는 꾸역꾸역 가족의 요구에 자기을 맞추고 둘째인 나는 언제나 모른 척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크게 감동하지 않고 나쁜 관계에도 놀라지 않는다. 좋은 관계에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애쓰지 않는 사이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가족은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늘 곁에 있지만 노력하는 관계는 아닌지도 모른다.
John ㅣ "근데 내 주위 남매들은 다 사이가 좋아. 누나들이 남동생을 너무 좋아해"
Eee ㅣ "그래? 신기한 일이네."
John ㅣ "언니도 남동생 있잖아."
Eee ㅣ "난 아니야."
John ㅣ "왜? 노력을 해봐"
Eee ㅣ "난 걔랑 아무것도 같이 하고 싶지 않아."
John Says ㅣ 나는 언제나 남자 형제가 궁금했다. 그중에서도 남동생. 누나들은 남동생들을 끔찍이도 예뻐했다. 제2의 엄마가 되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동생들은 저게 좋기만 할까?'싶었다. 반대로 남동생을 짐처럼 여기는 누나들을 보면 거기선 어떤 체념의 향이 났다. '수없이 도전해 봤지만 결국은 안되더라'는 포기 선언과 약간의 경멸. 전자가 아들을 대하는 엄마 같다면 후자는 남편을 대하는 아내 같았다. 무엇이 되었던 누나들은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인인 이성 남녀는 이별이 곧 관계의 끝이다.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거나 오래된 연인이거나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한 사이거나 어떤 형태가 되었던 하나로 불렸던 이름이 끝나는 순간 남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오래 유지되는 남녀관계는 남매 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데면데면하더라도 잘 끊어지지는 않으니까.
Eee Says ㅣ 사이좋음의 척도가 있다면 나와 남동생은 0이다. 어릴 땐 잘 지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우리는 생사만 확인하는 사이가 되었다. 동생이 나에게 잘해준다거나, 부모님을 챙길 거라는 기대는 없다. 그냥 본인 앞가림이나 잘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우리의 관계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마다 모습은 다 다르니까.
다른 남매들은 어떨까? 그들도 우리처럼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 밥 먹고 놀며 자랐을 텐데. 대한민국에서 자랐다면 아마 성장과정도 비슷할 거다. 뭐가 다르길래 그들은 사이가 좋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같지만 다른 남매들을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Illustration by : 선혜 https://www.instagram.com/jsh_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