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여자 누나 & 남자 동생
저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사는
88년생 이예슬입니다.
이 사회가 원하는 평범한 루트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28살에 결혼하고 30살에 아이를 낳았거든요.
요즘엔 오히려 이런 삶이 평범하지 않을 수 있죠.
Q1: 남동생과 사이가 무척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은 어떤가요?
어릴 때는 제가 제2의 보호자처럼 동생을 보살피고 그랬는데, 이제는 서로 의지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년에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서로 의지하면서 처음으로 형제가 있는 게 좋다고 느꼈습니다.
Q2: 동생이 생겼을 때가 기억이 나나요?
동생이 우리 집에서 늦게 태어났어요. 제가 7살일 때 강욱이가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아빠도 좋아하고 엄마도 좋아하고 그랬어요. 저도 강욱이를 진짜 좋아하고. 저는 그전부터 동생이 너무 가지고 싶었는데, 강욱이가 집에 왔죠. 강욱이가 집에 온 이후로는 항상 예뻐했던 것 같아요.
Q3: 어릴 때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방학 때가 되면 항상 강욱이를 데리고 다녔어요. 저도 초등학생이었을 텐데 엄마가 일을 하시니까. 2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유모차 끌고 다니고 그랬어요. 가정집 피아노 학원이라 그 안에서 놀고 선생님 아들이랑 놀고,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Q4: 동생은 어릴 때와 지금이 많이 다른가요?
다를 수 있는 거 같아요. 같이 안 산지도 오래되었으니까요. 근데 제가 생각하는 강욱이의 느낌은 항상 똑같아요. 귀엽고 아기 같고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딸을 보살피듯이 강욱이를 키웠다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컸는데도 귀엽고 내가 잘해줬으니까 동생도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요. 전 강욱이를 단 한 번도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Q5: 그럼 동생이랑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남매가 친구랑 이야기하듯이 그런 건 아닌데, 강욱이가 여자 친구 누구 만나는지나 일상적인 거. 웃기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고민이 있으면 고민 이야기하고. 남편이랑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한텐 얘기하기 좀 그런 거 말하면 동생은 남자 입장에서 매형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이래서 그럴 수 있다' 그래요. 시시콜콜한 얘기는 안 해요. 결혼 전에는 같이 자니깐 이런저런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소율(딸)이 이야기 많이 하게 되죠.
Q6 : 동생이 미웠을 때는 없어요?
순간순간 말을 안들을 때는 미웠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까지는... 화가 나거나 한 거지 미워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여행 가고 싶은데 반응이 없는 거는 서운하기는 해요. 아마 여자 형제였으면 간다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7 : 둘이 제일 크게 싸운 적이 언제예요?
담배 피우는 거 걸렸을 때 옷걸이로 때린 거요. 제가 일방적으로 때렸어요. 같이 핀 친구들도 불러서 친구는 안 때리고 강욱이만 본보기로 엄청 때렸죠.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낸 거예요?
왜냐면 아빠가 술 담배를 하니까, 어릴 때부터 술은 어느 정도 하는 건 이해를 한다. 술 마시고 싶으면 누나가 사줄 수도 있다. 근데 담배는 정말 안된다. 계속 약속을 했었거든요. 근데 중학교 2학년 때 깨진 거죠. 화가 나서 때렸어요. 미안한 생각은 전혀 안 들었고 (때리니깐 화는 좀 풀리던가요?) 풀리지도 않죠.
동생이 물리적으로 대들지는 않던가요?
강욱이는 물리적으로 대든 적 없어요. 우리는 사이가 좋아서 서로 싸우고 그런 건 없고 제가 일방적으로 혼낸 거죠. 7살 차인데 싸워서 위협하고 그런 건 없죠. 저도 어쨌든 그 뒤로는 때린 적 없고요. 그 뒤로도 강욱이는 담배를 피더라고요.
Q8: 내 동생이 남자구나라고 느꼈던 적 있어요?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때요. 얘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책임감이 너무 커져서 엄마조차도 부담스러워하세요. 그래서 왜 그러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누나는 엄마, 아빠랑 절대 안 산다며” 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이야기한 거거든요. 그걸 기억하고 내가 어떻게든 엄마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했나 봐요. 그래서 “아 얘도 아들은 아들이구나, 부담감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장녀지만 그런 부담감은 없거든요.
Q9 : 일반적인 남자로 봤을 때 동생은 어떤 점이 괜찮은 거 같아요?
강욱이는 착하고, 잘생겼습니다. 그리고 센스가 있어요. 밥을 같이 먹을 때 숟가락 깔아 놓고, 필요한 거 있으면 빨리빨리 가져다주고 그런 거? 여자한테도 잘해주는 것 같아요. 다정다감하게.
저는 이제 스물다섯 살 이강욱이고요.
누나와는 다르게 대학도 가지 않고 제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회가 일반적으로 원하는 모습과는 다른 삶일 수도 있겠네요.
Q1: 나와 누나의 관계는 어떻다? (어릴 땐 이랬고 지금은 이렇다)
누나랑은 지금도 가족이지만 지금은 (누나가) 다른 가족이 있잖아요. 이제는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지켜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은 결혼한다고 해서 다 오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지켜주고 싶고 누나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조카가 생긴 이후로는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Q2: 누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생각보다 소유욕이라고 해야 되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 거 같아요. 소율이(조카)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근데 그 외적인 거는 다 신경을 안 써요.
Q3: 누나여서 좋은 점?
누나는 항상 돈 벌면 저한테 뭘 사줬어요. 신발이 되든 뭐가 되든. 사달라 하면 사줬어요. 누나가 가끔 열받으면 하는 게 돈 쓰는 거. 나 지금 스트레스받았어. 쇼핑하러 가자. 저 불러서 3~40만 원짜리 옷 사주고.
Q4: 누나의 싫은 점 있어요?
지금이요 아니면 옛날이요? 싫어하는 점.. 지금은 그런 거를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서. 옛날에 싫었던 거는 맞았던 거.
뭐 때문에 맞았어요?
중학교 때 담배 피우다 걸렸을 때 맞았는데 누나가 어떻게 했냐면은 그 흰 색깔 옷걸이 있잖아요. 그걸로 뺨을 딱 때렸는데 삐 소리가 났어요. 누나 혈기 왕성할 때. 제가 늦둥이니깐 부모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중3 때까지는 맞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대들거나 그러지 않았네요?
엄청 싫었죠. 근데 기분은 나쁜데 대들 수는 없는. 누나가 진짜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이상한 걸로 꼬투리를 잡으면 뭐라고 할 수라도 있는 데 제가 잘못한 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깐.
약속을 어긴 게 많이 서운했나 보더라고요.
맞아요. 서운한 게 컸을 거예요. 술 먹고 이런 건 상관없는데 담배만은 하지 말아라였는데 이걸 해버리니까. 그냥 그거는 제가 잘못했던 거니깐.
나중에 화해는 어떻게 했어요?
자기도 때려서 미안하다고 근데 서운했다고.
Q5: 누나한테 서운했던 적 없어요?
옛날에 누나가 ‘나는 너 망해도 안 도와줄 거야.’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남매긴 하지만 약간의 선 긋기가 있기는 있었거든요. ‘아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열심히 살게.’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약간 서운하긴 했죠. 근데 뭐 어떻게 해요 그게 현실적으로 보면 맞는 거잖아요.
Q6: 어릴 때 있었던 기억나는 일
옛날에는 재밌었던 게 많아요. 항상 제가 어렸으니깐 모든 게 누나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거 같아요. 노량진 가서 컵밥 먹고. 아 옛날에 그런 것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자 친구를 처음 사귀었는데 그때 투투(20일 기념)여서 누나랑 아트박스 갔거든요. 여자애들은 어떤 걸 좋아할까? 이러면 누나가 요즘 애들은 카드캡터 체리 필통 그런 거 사줘야 된다고 그래서 그런 거 사고.
Q7: 누나가 결혼했을 때는 어땠어요?
그때는 되게 정신이 없었어요. 뭔가 내가 동생이긴 한데 쓸데없이 할 일이 많았어요. 밖에서 표 나눠주고 있고 친구들도 있고 하니깐 안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고. (결혼식장) 밖에서 보면서 아 결혼했구나.
결혼하고 나서는 어땠어요?
살짝 좋기는 했어요. 내 공간이 생겨서.
못 봐서 서운하지는 않아요?
요새도 가끔 일 끝나면 피자 같은 거 갖다 주기도 해요. 거기는 자기 할 일도 바쁜데 제가 서운해하면 안 되죠.
Q8: 최근에 누나는 어때 보여요?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일 끝나고 나서 얘기를 보는 게. 저는 일 끝나고 나서 멍 때리고 있는데 누나는 계속 뭘 해야 되잖아요. 누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닌 사람이 봤을 때는 ‘아 힘들겠다.’ 싶어요. 집에 가면 소율이가 엄마만 찾는데 누나는 오자마자 설거지도 해야 되고 뭐도 해야 되고 이러니깐. 그냥 그런 모습이 짠해 보여요.
Q9: 누나한테 바라는 점이 있나요?
변하지 않는 거? 그냥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지내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도움 주신 분들
Illustration by : 선혜 https://www.instagram.com/jsh_ro/
photo by : 배자몽 https://www.instagram.com/jamong_bae/?hl=ko
++남동생 강욱은 인터뷰 후 이태원에 '네 번째 집'이라는 주점을 오픈해 성황리에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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