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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오늘도 아빠를 기다린다!

50개월 아이의 그림일기.


"아빠, 꼭 일찍 들어오세요. 사랑해요, 빠빠"

늘 이렇게 아빠의 이른 퇴근을 강조하며 아침인사를 건네던 우리 아이가


"아빠, 오늘은 늦게 늦게 해지고 캄캄해지면 천천히 들어오세요~

제가  코~자고 있을 때요. 빠빠, 사랑해요."라며  아이는 평소와는 다른 아침 인사를 아빠에게 건네길래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아이의 대답.


"아빠는 내 말 잘 안 들으니깐 이렇게 말하면 청개구리처럼 일찍 들어오시겠죠?"라고 말하며 마냥 신나 보였다.

정말 이 말에 아빠가 일찍 들어오시리라 굳게 믿고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아빠가 내가 얘기하는데 안 들어주는 그림과 비 오는 날 아빠가 우산 받고 늦게 들어오시는 그림.

*아빠한테 화난 거 고래에게 다 말함. 고래 안에는 엄마랑 나랑 사랑하는 거 동그라미, 고래 밖은 아빠한테 화난 것 엑스 표시.

*앵그리버드처럼 그래서 화가 나요.

(빨간색 색연필 병원에서 잃어버렸다고 속상해하며 대신 비슷한 주황색으로 그림.)

*아빠랑 성도 만들고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싶어요.

*아빠랑 증기기관차도 타고 싶어요.

*아빠랑 달팽이도 키우고 싶어요.

*비 오고 무지개 뜨는 것도 같이 보고 싶어요.

그래도 아빠. 사랑해요!힘나는 아빠가 되세요.

아이는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째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하루 한두 시간 정도만 주어지는 아빠와의 만남에 무척 속상했으며, 동시에 그만큼 아빠가 많이 고프고 그리웠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모른다,

본인들의 어린 시절 아빠의 모습들도 그러하셨기에 본보기가 없어 낯설기에 더욱 그러한듯싶다.


어느 날은 아이와 도대체 뭘 하며 얼마나 놀아줘야 하냐 말하며, 얼굴 보고 이렇게 같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식의 아빠의 말에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중에는 아빠의 설자리는 없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달라고 아이는 아빠를 조르는 게 아니라, 함께 추억을 쌓아갈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퇴근 후, 아이에게  딱 5분씩만이라도 좋으니, 책 한 권씩 같이 읽으며 아이에게 아빠하고 늘 함께한 소중한 일상 속 소소한 추억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덧붙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는 어렵다.

특히나 아이가 딸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듯.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렇게 간절히 아빠를 원하는 딸을 위해, 아빠의 자리가 있을 때, 그 자리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멋진 아빠가 되기를 우리 딸도 소망할 테니,


"아빠, 힘내세요!

저랑 잘 놀아주세요."를 늘 외치는 아이에게


"아빠, 당신의 숨은 능력을 보여주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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