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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빠가 떠난 날-아빠의 내면아이

Part 1. 아빠의 시간, 아빠의 내면아이도 울고 있었다.

by 김리사

정윤이 울고 있다.



열세 살의 정윤은 끔찍이도 그를 아껴주던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불미스러운 죽음이었다. 스스로 세상 밖으로 사라질 결심을 한 정윤의 아빠.. 정윤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껴본다.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어서 정윤은 정신을 잃는다. 왜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을까? 나를 그토록 사랑하시면서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시고, 왜 그런 선택을 하시며 사라지셨단 말인가.. 정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슬픔 앞에 그렇게 미친 사람이 되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아빠 없는 청소년이 되어 버렸다.



정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사랑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정윤의 엄마는 2남 7녀를 두고 있는 먹고살기 힘든, 하루하루가 지치고 고된 한 여린 여자였음을 어른이 된 정윤은 알게 되었다. 그녀도 부모에게, 남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 버린 한 여린 여자였다. 정윤이 바라던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사랑은 늘 채워지지 않았으며, 정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주던 정윤의 아버지는 그렇게 쓸쓸하게 정윤을 떠나버렸다. 어린 정윤은 그렇게 심장에 구멍이 난 채 헛헛한 마음로 영혼의 색깔을 잃은 채 살았다. 아빠를 그리워하며, 원망하며,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분노하며 정에 굶주린 가여운 정윤이 되었다.



공부를 놓아 버리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온갖 자신을 내 버리는 행동을 보란 듯이 한다. 삶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제대로 학교 교육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살아버리는 정윤을 말릴 어른이 없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정윤을 끌어 안아 줄 한 어른이 있었더라면, 정윤은 어떻게 자랐을까? 그 시절의 정윤은 잘생기고 멋지고 찬란한 아름다운 청년이었으나 늘 마음속에는 상처받고 버림받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내면아이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정윤은 이런 자신을 채워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채워줄 천사 같은 따뜻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한다. 구멍 난 가슴이 메워지는 것 같은 충만감으로 미숙한 그가 사랑을 한다.



그러나 수시로 튀어나오는 내면아이의 존재는 그를 할퀴고, 그의 아내를 할퀴고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반복해서 주고 있었다. 사랑을 박탈당하고 혼자 남겨졌다는 슬픈 내면아이의 상처는 수시로 정윤을 정복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맑은 정신을 놓았으며 아직도 아프다고 부서진 파편들 사이로 아이가 목소리를 내어왔다. 아무도 그의 아픔 따위를 알아봐 줄 길이 없으니, 그는 방법을 모른 채 자신의 감정이라는 괴물에 잡아 먹힌 희생양이었다. 결손 가정의 자녀에게는 엄마가 없고, 아빠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상처가 자라는 것이 아니다. 존재로서,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단 한 사람이 없어서 되는 것이 결손 가정의 아픈 아이들이다. 정윤은 예순 세해를 살고 빛의 세계로 들어서면서 느낀다.



평생을 정윤이 원하던 것은 바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빛과 같은 사랑이 전부였다는 것을.. 결국 사랑이 되기 위해 그는 그 모진 시간을 오뚝이처럼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텼음을.. 말이다. 이제 그는 사랑이 되어 빛으로 사라졌다. 정윤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빛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사라져 간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렇게 상처로 가득한 말 못 할 아픔을 간직한 내면아이가 함께 자라고 있음을 깨우쳐준다. 아픈 아이를 알아봐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야 말로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는 한 걸음임을 이야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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