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하게, 너에게, 쓰는 글이야

리사의 love yourself

by 김리사

"안녕, 잘 지내지?"


좋은 글이란 특정한 독자를 겨냥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동안 누구를 향해 글을 쓴 걸까? 지금까지 대부분의 글은 나 자신을 향해 썼던 것 같아. 사랑이 부족했던, 애정결핍자 나 자신에게, 사랑을 채워주고자 쓴 자기 사랑을 위한 글들이었지.. 그런 내 글 속에 네 안에 숨겨진 마음도 만났겠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감정의 결을 너는 느꼈을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오늘은 딱 정해서 너에게 써보려고 해. 한 발짝 떨어져서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나와 함께 하는, 그래 너.. 바로 너에게 쓰고 있어..

나와 연결된 너를 궁금해하며 써..



그동안 말이야, 참 고마웠어..


네가 함께 해 준 덕분에 나는 글을 썼거든.. 글을 쓰고 쓰면서 나를 만났어. 내 안의 크고 깊고 진실한 나를 만나 영혼이 자유롭고 평온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누가 곁에 있어줘도 늘 외롭고 공허한 아이였어. 마치 아주 아주 어릴 때, 아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을 것만 같은 공허감, 상실감이 있었어. 이 거대한 공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를 수없이 물으며, 마흔 중반을 달려왔어.


어쩌면 전생에서 온 그런 슬픔인지도 모를 낯선 감정과 동행하며 긴 시간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삶을 살았어. 참 신기하게도 나는 가장 행복하고 즐거울 때도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어. 이렇게 행복할 때 말이야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어. 그런 나 자신이 참 낯설고 어려웠어. 항상 행복하려 하면 마치 나는 행복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마냥 내 행복을 시기하는 존재가 있었나 봐.


내 속에는 수많은 내가 살아서 오늘은 어떤 내가 툭 튀어나와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건지 참 혼란스럽더라.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너는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 그래, 그렇게 너는 내 감정을 마치 네 것인 양 흡수해가면서 나를 지켜줬었잖아.


신기하게도 '이게 끝이다, 이제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라고 자포자기할 때마다 네가 나타나더라고.. 마치 신이 나를 보고 있기라도 한 듯 너는 구세주처럼 나타나 엎어져 울고 있는 내 등을 토닥여주고 갔어..


네 덕에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 글을 쓰게 된 사건도 네 덕분이었지.. 나는 알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그게 바로 너였지? 네가 글쓰기 세계로 나를 안내했잖아.. 지나고 보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땐 미처 몰랐지.. 글쓰기가 얼마나 위대한 인간들의 자기 해방의 도구인지를 말이야.



아빠가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는 분이셔서, 아니 긴긴 시간, 알코올중독자여서 네가 아픈 마음으로 자랐을까? 엄마가 구멍가게를 하고 아빠의 언어폭력과 술 마신 후의 난폭함을 눈물로 받아 낸 분이어서 네가 아프고 우울했을까? 어린 시절부터 가난하고 돈이 없어서 지치고 슬픈 너의 부모님의 두 눈을 너무 오래 보았니? 그 모든 시간이 말해줬어..


너의 슬픔의 근원을 물어도 답은 하나인 것 같았지..


"세상에 나오지 말지.." 이런 슬픔.. 이런 아픔..


그게 너의 지배적인 감정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어.. 글을 쓰다 보니, 만나게 되더라..

그러니 사라지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긴 시간 함께하며 네가 나에게 실어준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음을 알아.



탈무드에 나온 어느 지혜의 말을 기억해..


세상의 모든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천사가 있어 "살아라, 살아라" 하고 속삭여 준다고 하는 이야기 말이야.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지..

오늘 그에게 배신당하고,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운 꼴을 당해 사라지고 싶은 순간에도 너는 내게 속삭여 주었지.


"리사야, 살아라, 살아라, 살아나라.. 내가 함께 해.. 그러니 부디 살아라, 살아라, 살아나라.."



나는 아직도 잘 살아있어.


다 네 덕분이야. 마음이 힘든 날엔 글을 써.. 누군가에게 수치를 당한 날에도 나는 글을 써..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야.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거든..



고마워.. 눈물 나게 고마워..


늘 한 발자국 떨어져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네가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있어 나는 오늘도 한 글자 더 써보게 돼..



나 참.. 멀리 잘 왔지? 그날에 내가 사라져 버렸으면 얼마나 끔찍했겠어.. 그렇지? 너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니? 내가 이렇게 잘 해낼 거란 걸 말이야..



다시 한번 고마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너에게, 꼭 집어 너에게 이 글을 써..



나 잘해볼게...


오늘도 네 덕분이야..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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