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똥 싸고 와도 돼요?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것

by 김리사

이번 글감의 주제는 <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것 >이다.


우울증에 허덕일 때, 나는 그 어떤 것을 봐도 웃기지가 않았다. 그 어떤 유머도, 개그도, 귀여운 아들의 재롱도 그 어떤 것에도 즐거움이 없었다. 좀비처럼 육신을 이리 저러 오가지만 영혼이 쏙 빠져있는 모양새로 우울의 터널을 그렇게 쓸쓸히 지나왔다.


그런데 요즘 나는 참 잘 웃고, 사소한 일에 감정을 활발히 느낀다. 가장 밑바닥에 짙게 깔린 우울이 걷히자 그 위의 층에 오가는 물살을 더 잘 느낀다.


감정을 활발하게 느낀다는 것. 그것은 좋은 것만 활발하게 느낀다는 것이 아니다. 화, 슬픔, 절망, 시기, 질투, 교만, 나태, 분노, 희망, 열정..그 모든 감정에 열려 있다. 다행히도 그 감정은 대부분 수월하게 나를 통과해 나간다. 마음을 지켜보는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떨어져서 그 감정을 바라보며 통과한다.


그 다양한 종류의 감정 중 가장 반갑기도 한 것은 유쾌함이다. 웃음. 즐거움.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장 먼저는 말에서 온다.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재치 있는 말이 나를 웃게 한다.


일전에 대학생들 5명을 그룹으로 하여, 줌 온라인 강의를 했을 때의 일이다. 외국 인턴쉽이 잡혀 있는 학생들 강의라 다들 짧은 기간 영어 스피킹 성적 향상이 시급했다. 8주 정도 기간으로 같이 수업을 하는데 주차가 지나면서 점점 서로의 긴장이 풀려갔다. 어느 날 한 발랄하고 유쾌한 남학생이 강의 도중 손을 들고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


.

.

.


싸러 갔다 와도 될까요?"




"...."


우리 나머지들은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 그래... 요.. 다녀오세요.."


"ㅋㅋㅋㅋㅋㅋㅋ"



대학생이 똥 싸러 간다고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웃긴 일일까?

같은 동년배 남자 학생들이 네다섯 명이 서로 친구, 선후배라 그들의 케미가 얼마나 유쾌하고 즐겁겠는가..


나는 어느새 그들의 에너지가 되어 같이 20대 학생처럼 웃고 즐겼다.


영어회화 강사를 하다보면 유쾌한 학습자분들이 종종 있어서 모두를 웃게 한다.


그런 순간, 나는 세상 무거운 고민을 내려놓고 유쾌해진다.


친구의 농담 한마디, 가족의 재치 어린 농담. 이런 유쾌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과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약간 재밌게 쓰인 글이 잘 쓴 글이다.



힘든 이야기를 너무 강약 조절없이 무겁게만 쓰면 보는 사람도 힘이 들게 마련이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고 어떤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일까?



상황에 맞는 대화를 벗어나면 사람은 웃음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런 상상력이 때론 글쓰기에도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오늘 주제로 글쓰기를 하면서, 세상 마음이 유쾌하고 가볍고 활달하던 그 대학생 친구가 생각나 또 즐거웠다.


"선생님, 똥 싸러 갔다 와도 될까요?

(표정까지 한 몫함..)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사람이 되긴 힘들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유쾌한 마음을 선물하는 글 쓰는 작가,

이웃의 친구, 가족, 연인이고 싶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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