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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떠나보내며

프롤로그

by 김리사




프롤로그



마음이 몹시 무겁고 힘겹던 날 문득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어 강사로, 아이 둘의 엄마로, 부지런히 삶을 살아왔지만 자꾸만 올라오는 우울과 불안에 수없이 무너지면서, 그제야 내면아이를 만났다. 우리 안에 상처 입은 내면아이, 무의식 혹은 관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내면아이가 있었다.. 마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알지 못하던 존재가 불쑥 나타나서 건네고 간 초대장처럼, 책 쓰기 도전을 받아 들었다. 다시 살기 위해서.



코로나 시국이 펼쳐지고 삼 년이 지나갔다. 말 못 할 마음의 고통과 사라지고 싶은 그림자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살아났다. 모든 것이 바뀌었고 나도 그 전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것 같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했으나 번번이 방해하는 내면의 두려운 목소리가 함께 했다. 그 모든 시간을 뒤로하고 결과를 손에 들기 위해 마감일 앞에 나를 세웠다. 그렇게 어떻게든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었다. 오랫동안 억눌려 살아온 내 슬픈 내면의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많이도 울었고,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의 통증을 안았다. 그렇게 나는 탈바꿈한 자아로 다시 살아가고 있으며, 이 글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상처의 조각이다.



아픈 곳을 다시 열어 또다시 아픔을 느끼는 것은 여간 큰 용기가 아니다. 그런 용기를 낸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제 더 자유롭고 사랑이 가득 채워진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아닌 나로서 웃으며, 가식적으로 살아온 시간을 위로도 해본다. 슬플 땐 웃지 않아도 괜찮다고,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을 자유가 나에겐 있다고 말해준다. 늘 엄마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고 아빠의 우울이 내 우울이 되어 나다운 삶을 살지 못했는데.. 이제야, 마흔이 되어서야 나로서 떨어져 나온, 살이 찢기는 고통과 환희의 순간에 들어온 나를 환영한다.. 심리적 탯줄이 잘려나가는 순간이다.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와 진정으로 온전히 완전한 내가 되어 사는 삶을 축복하며 글을 연다.



아프고 힘들었던 부모의 삶을 3인칭으로 바라보며 따라 가보니 그제야 가슴으로부터의 위로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위로를 제대로 전할 수 있게 해 준 성장의 시간에 감사하다. 세상 모든, 부모와 분리되지 못한, 상처를 안은, 아픔 가득한 나와 당신을 위해 이 글을 썼다. 부모가 그들의 결핍과 아픔 때문에 표현이 서툴러서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전달해 주고 싶었다.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이 간절했던 나의 아빠, 정윤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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