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유쾌한 시뮬레이션

리사의 마음 치유 카페

by 김리사

삶이라는 유쾌한 시뮬레이션:

불연속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



​눈을 뜨니 우주선을 몰던 H 언니는 사라지고, 익숙한 우리 집 침실이다. 꿈속에서 나는 언니가 해낸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에 경탄하며 부러워했다. 아마도 언니는 내 무의식이 닮고 싶어 하는, 내가 도저히 못 할 것 같은 일을 척척 해내는 나의 또 다른 투영이었을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 마주한 현실은 꿈만큼이나 불연속적이다. 인과관계 없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 삶의 스크린에 투사된다. 감기 기운에 힘들어하는 딸아이의 모습, 지난 등산 후 여전히 팽팽하게 알이 배긴 나의 종아리, 배드민턴을 치러 나간 남편의 빈자리, 그리고 새 PC를 사고 한껏 행복해진 아들의 웃음까지.



이 파편화된 일들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의식이 펼쳐놓은 이 모든 장면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이것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 의식이라는 거울에 비친 모든 사건과 인물은 결국 '나'라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보이는 것을 관찰하는 자가 나이기에, 내 의식에 드러난 그들은 또 다른 나로 존재한다.



​만약 침대 위에서 눈을 떠 '나'라고 믿었던 이 몸뚱이조차 거대한 착각이라면 어떨까. 의식에 비친 컵을 나라고 할 수 없듯, 내 의식에 비친 이 몸 또한 내가 아니라 단지 관찰 대상일 뿐이라면. 이 지점에서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삶은 더 이상 심각한 전쟁터가 아니라 가벼운 '관찰자 놀이'가 된다. 몸이 나라는 무지에서 벗어나, 창조주가 펼쳐놓은 인생 영화를 즐기는 놀이꾼이 되는 것이다. 눈을 뜨면 온 세상이 내 눈동자 안에 펼쳐진다. 내가 세상을 펼쳐내는 거대한 우주이고, 보이는 세상은 정교한 환영과 같다. 마치 VR 게임 속 세상처럼, 진짜 같은 가짜를 진짜처럼 즐기면 그뿐이다.



​게임의 룰을 각성한 자에게 삶은 곧 즐거움이다.
​오늘도 내가 마주하는 세상은 신비 그 자체다. 내 몸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집합이다. 겉보기엔 불연속적인 일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온전하게 존재하며, 그 자체로 의미가 된다.




삶은 유쾌한 창조자의 놀이터다. 나는 오늘도 이 경이로운 삶을 기꺼이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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