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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담 Jul 30. 2022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아이의 여름방학

바야흐로 여름방학이다. 매미가 목청을 높여 맴맴 울고 잠자리가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아이들의 천진함과 어우러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놀수록 지치기는커녕 에너지가 샘솟는 아이들은 여름과 친하다. 긴 하루 덕분에 더 많이 놀 수 있고, 방학이라 생긴 취침시간의 유연함 덕분에 늦은 밤에도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 늦게 지는 해는 즐거움을 오래 갖도록 해준다. 방문을 열어두고 이불을 걷어차고 잠드는 자유로움은 여름밤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여름엔 거실에 에어컨을 켜 두고 다 같이 잠들기도 한다. 여행 온 것 같다며 아이들이 환호를 보내는 거실 취침은 방학과 함께 시작되는 루틴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제는 두배로 데이! 

어김없이 큰아이는 영재학교에 등교하고 작은아이와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 30권을 대출했다. 책을 짊어지고 영재학교 근처 스벅으로 왔다. 우리의 또 하나의 루틴. 어깨가 빠질 것 같아 가방끈을 여러 번 매만지며 메는 일도 익숙하고, 든든한 기분도 익히 알고 있던 배부른 마음이다.

 

집 근처의 도서관 두 군데를 주로 이용하며 자주 가는 지역의 도서관도 알차게 이용하고 있다. 상호대차와 희망도서도 신청하지만 그럼에도 없는 책들은 여러 곳의 도서관을 다니며 찾아 읽고 대출해온다. 영재수업이 있는 날은 그 근처의 도서관을 이용한다. 매달 마지막 주 수, 금은 두배로 데이이다. 책을 두배로 대출할 수 있으니 우리 셋이 가면 30권을 빌려올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2주 동안 일인 최대 5권 대출 가능하며 상호대차는 2권 신청 가능하다. 희망도서 신청은 10일 간격으로 3권씩 가능하다.)


도서관의 이점은 이럴 때 폭발한다. 서점에 가면 꼭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골라야 하기에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책을 고르게 된다. 편식하지 않고 두루두루 다양항 분야의 책들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이가 읽고 싶어서 가져온 '다소 흥미위주의' 책을 부모가 원하는 '바람직한 추천도서' 같은 책으로 굳이 바꾸고 싶진 않다.


모든 책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당장 얻는 결과물이 아닌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쌓이고 쌓인 책들이 결국 수많은 길들로 이끌어줄 거라고. 펼쳐져있는 길들 속에서 헤매는 시행착오를 통해 멋진 길이 아닌 가고 싶은 길을 찾아내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 가면 편중되었던 독서취향이 조금씩 개선된다. 예컨대 아이들이 주로 머무는 서가가 있다. 아이들의 취향이 담긴 서가에서 3권, 발길이 닿지 않았던 서가에서 3권, 또 다른 서가에서 3권,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는 습관을 가지게 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빠르게 몰입하여 습득하는 기술이 있다. 


"엄마, 표지를 보니까 재미없을 것 같았던 책인데 읽어보니 새롭고 재미있어! 진작에 읽어볼걸."

"엄마, 글이 작아서 어려울 것 같았던 책인데 재미있고 쉬워. 시시하지도 않고 흥미진진해."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며 스스로 고를 수 있었으면 한다. 읽는 즐거움 이전에 책을 고르는 설렘을 먼저 느끼면 읽으며 더욱 빠져들게 된다. 스스로 고른 책을 읽는 아이들은 책을 조심해서 다룬다. 마음에 쏙 드는 내용과 눈이 번쩍 뜨이는 지식을 만나면 책에 반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에 빠져서 몇 번씩 읽고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비슷한 연유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읽고 반한 책은 대부분 서점에 가서 소장용으로 구입을 하지만, 아이들은 막상 서점에 가면 신간 코너에서 새로운 책에 마음을 빼앗기고 구입을 망설인다. 일단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다시 선택하겠다는 아이들이 귀엽다.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책을 더욱 부지런히 읽는 이유는 반납을 해야 새책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집을 사는 대신, 공구로 나온 책을 선택하는 대신, 학원을 가는 대신 우리는 함께 시원한 도서관으로 간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삶이아니라 나를 최대한 확장시켜 보는 삶이다. 자유는 성취를 통해 얻는 보상이 아니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동안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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