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오는 우울에 관해
사람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종종 친구들은 ‘기분이 너무 안 좋다’라거나 ‘우울해서 미치겠다’고 토로한다. 경청이 최선이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내게 조언을 구할 때는 말한다.
“네 감정에서 조금만 거리를 둬. 모든 감정이 소중한 건 아니야.”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괴로운 감정조차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중하다고 말할 것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도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힘들어하는 인물에게 한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장면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다. 상실이나 이별, 실패 등의 외적 요인 없이도 주기적으로 우울하고, 이로 인한 고통이 삶을 좀먹는다고 느낀다면 어떨까. 삶이 행복과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낀대도 모든 감정이 중요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감정이 중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는 특별한 일 없이도 호르몬 등 신체적 변화에 의해 일시적으로 우울하거나 슬퍼진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런 감정은 몇 시간에서 며칠 후면 나아진다. 때로는 감정의 원인을 분석하고 파고들기보다 과감하게 무시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이런 감정에 되도록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크게 비웃고 무시한다. ‘또 시작이구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려고 다시 찾아왔구나’ 생각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우울은 심신을 피폐하게 할 뿐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더는 가변적인 감정에 나를 내주고 싶지 않다. 이처럼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더라도 세상은 힘든 일 투성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몰두할 일을 찾는 것이다. 재밌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본다. 머릿속이 하얘질 때까지 달리거나 수영한다. 지인들의 소식이나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휴대폰은 잠시 꺼둔다. 머지않아 무엇 때문에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멀쩡해진다. 평정을 찾은 후, 지난 감정과 상황을 돌아봐도 늦지 않다. 감정 소모는 줄이면서 분별력 있게 판단할 수 있다.
어떤 감정을 무시한다고 해서 감정의 주체를 무시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는 소모적이고 바보 같은 싸움에서 빠져나오는 일이다. 감정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외면해야 할 감정은 외면하면서, 조금 더 편안한 상태에서 삶의 좋은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