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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외자식?

by 예감

지금부터 내 인생의 아주 오래된, 어쩌면 가장 아픈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낸다면 꼭 첫 장에 담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내 인생 이야기 책의 제1장이라고 생각하고 써보려고 한다.


일단, 챕터 제목이 좀 도발적이게 했다.

"막장드라마도 이런 식이면 욕먹어요"


하지만, 다른 말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인듯 하다.


내 인생 첫 페이지를 장식할 이 이야기는 어쩌면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이게 말이 돼?' 소리가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가끔 내 과거를 돌아보면 '이게 진짜 내 이야기라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나, 나를 만든 이야기이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꾸밈없이, 내가 겪었던 그 시간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으려고 한다.


이게 나의 시작이자 일부니까..




우선 내 인생 시작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걸 처음 발견한 건 중학교 2학년, 딱 15살 때 였다.


첫 청소년증을 발급받고 주민센터에서 호기심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봤다. 거기에 적힌 엄마 이름은 내가 아는 엄마 이름이랑 달랐다. 당시엔 정말 이게 뭐지? 싶었다.


당시 시설에 있었던 터라 방학 때 할머니랑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그제야 복잡한 가족사를 알게되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있는 분은 아빠의 첫 번째 부인이자 나의 이복 남매 오빠들의 엄마였고, 아빠는 그 부인과 이혼 하지도 않고 나를 낳아준 엄마와 사실혼 관계로 그러니까 동거를 시작하며 나와 동생을 낳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도 이해가 안 갔지만, 여전히 법적으로는 사실혼 관계라서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심지어 부모님 나이 차이가 21살로 참.. 당황스런 환경이다.


이러니 어린시절부터 나에게 집은 그냥 '콩가루 집안'이 디폴트 값이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막장 스토리가 나의 일상이었달까?

그런데 당시엔 희한하게도 그게 딱히 창피하거나 숨기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를 드라마 여주인공이나 신데렐라에 대입해서 상상하기도 했다. '내 인생, 나중에 엄청 드라마틱하게 풀리겠지?' 뭐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복잡한 가족 관계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엄마 정보는 이름만 뜨고 상세 정보가 없어서, 엄마 쪽 서류를 난 뗄 수 없었다.


내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인데, 없는 사람인 셈이었다.


이것 때문에 엄마는 나의 보호자로서 핸드폰 개통 같은 기본적인 것도 못해준다며, 모든 걸 아빠 기준으로 해야 했어야 했다.


집안 어른들도 '결혼 안 했으니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었다.


더 웃긴 건,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생은 또 서류가 잘 뜨는 것이다.


알고 보니 2006년 가족관계등록부 시스템이 생기면서 출생 당시에 아빠가 출생 신고를 하면서 혼인 하지 않은 엄마의 정보는 정보는 누락 된 것이 었다.


변호사까지 찾아다니며 고생했는데, 우연히 한 변호사님이 등록기준지에 전화해 보라고 해서 전화했더니 동생 정보와 대조하고 바로 등록 해주었다. 이것도 동생 정보가 없었다면 복잡했을 것이다.


그때 당시는 정말 허무함과 동시에 '잘 좀 등록하지!" 라며 괜히 심통이 나었다.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첫번째 부인과 이혼하지 않았다.


어쨌든 저 정보 변경을 2020년 정도에 수정한거라 대학시절 국가장학금 신청할 때 가구원 동의가 안 돼서 장학금을 못 받는 해프닝이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국가장학금에 자립준비청년 제도가 생겨서 해결됐지만, 그때는 정말 막막했다.


이야기도 벌써 2018년도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이 이야기들이 당시 내 일상에선 큰 일이었다.


이제 다음 이야기에서 본격적으로 나의 막장 드라마 같은 인생을 더 자세히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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