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끔찍했던 일상,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

by 예감
당시 집에서의 환경은 학교보다 더 끔찍할 때가 많았다.

학대는 신체적인 것보다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 컸다.

아, 아빠에게 학교 안 갔다고 귀싸대기 한 번 맞은 기억은 있긴 하다.


일단, 무엇보다 집이 청결하지 못했고, 화장실이 제대로 없어서 집 마당 하수구 앞에서 볼일을 보고 물호스로 흘러 보내거나 밤늦게 동생이랑 공원 공중 화장실에 가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집을 1년마다 이사했는데 마지막으로 살던 집이 화장실도 없는 오래된 옛날 주택 월세였다.)


또한, 부모님은 대부분 늦게 들어오셨고, 술에 만취해서 오시는 날은 싸우는 게 일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항상 우리 방이나 창고에 들어가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곤 했다.


그리고 단칸방이던 시절은 부모님과 한 방에서 네 식구가 같이 잤는데 나와 동생이 있는 앞에서 이불을 덮고 성관계를 하시거나, 야간에 tv 나오는 부적절한 성적인 방송을 보시는 등 일찍 성을 알게 되면서 난 항상 자는 척을 하느라 힘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한 번은 아빠가 어떤 아줌마를 데리고 와서 같이 살고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살던 집은 안방에 다락방에 있어 나랑 동생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중에 이상한 소리에 동생은 다락방 문을 열었고 그 다락방 바로 아래에서 아빠와 그 아줌마가 성관계를 하고 있고 그 옆에 엄마가 TV를 보면서 앉아있는 걸 봤었다.


이 엄청난 일을 한 아빠는 엄마가 장애가 있다며 무시하며 산 것이다.


이런 일을 어릴 때 겪었다고 하면 다들 충격이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일상이었다.

당시 동생은 어려서 뭘 모르니 그런 모습들이 웃기다고 했지만, 참 정서적으로 안 좋은 환경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이복 오빠들 어머니도 아빠가 항상 다른 여자를 만나서 집을 나갔다고 한다.


심지어 난 아빠 친구이자 동업자 아저씨가 내 몸을 추행해서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몰랐지만 경찰분과 이야기하면서 그때 확실하게 '이게 잘못된 거구나' 알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뒤 일찍 성을 알게 되었지만 부적절하게 알게 된 성지식을 스스로 책을 보며 공부했다.

참고로 당시 내 나이 8살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작은 오빠가 군대 휴가 나왔을 때 나한테 앞서 그 아저씨와 같은 느낌의 행동을 했다.

이때는 9살이었다

그래서 단둘이 있기를 피했었고 나중에 고등학교 때도 단둘이 여행 가자며 모텔 이야기를 하는 등 이상한 의도를 보여서 연락을 끊었다.


심지어 5학년 때 아빠도 술 먹고 내 성기를 만지는 추행을 했고 그 뒤론 더욱 남자 어른에게 적대감이 들게 되었다.


솔직히 이런 환경에서 계속 살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았다.


다음은 시설을 가게 된 이야기인데 그 당시에는 '도망친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나를 지켰던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keyword
이전 03화콩가루 집안에서 피어난(?) 왕따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