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갈 때가 됐는데,
그 지역 중학교는 반배정으로 입학시험을 봤다.
그런데 난 당시 입학시험을 안 봤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성적을 바탕으로 반 배정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배정을 받았었다.
남 잘되는 소문은 잘난다고 말하듯이 내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걘 시험도 안 보고 어떻게 이반이야? 근데 학교는 왜 안 온데?‘ 뭐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말이다.
사실 나는 입학식 때부터 학교를 안 갔다.
중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때 애들이 그대로 올 테니 다시 왕따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난 교복도 없었다.
아빠는 교복 맞출 돈이 없다며 평소 우릴 잘 챙겨주는 작은 아빠한테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고 당시 작은 아빠도 나에게 “예감이 교복 해줄게” 하셨는데 결국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딱 한 번은 학교에 갔는데, 교복도 안 입고 가니 애들 눈에 더 띄었다.
'아 쟤가 걔야?? 근데 왜 사복이야?' 이런 시선이 매섭게 느껴졌다.
결국 그런 시선에 학교를 안 가고 있었는데, 동생을 통해서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당시 동생의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셨는데, 우리 집 환경이 심각하니 바로 굿네이버스에 아동 방임 신고를 하신 것이다.
그렇게 며칠 뒤, 굿네이버스 사회복지사님들이 오셔서 나와 동생에게 잠시 시설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아마 요즘이라면 긴급분리가 되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전에도 시청에서 공무원 아저씨들이 와서 시설 가자고 무섭게 말해서 안 따라갔었는데, 굿네이버스에서는 젊은 여성 사회복지사님 두 분이 오셔서 친절하게 말해주니 더욱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 잠깐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집 환경을 바꿔주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아빠는 '거기는 고아원이다, 가면 다 입양 보낸다'면서 엄청 반대했지만, 나는 동생이랑 같이 가겠다고 했다. 동생도 나도 더 이상 이런 환경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기에..
그리고 난 중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그 동네 중학교에 가봤자 또 왕따를 당할 게 뻔했으니 더더욱 벗어나야 했다.
이제 시설 가기 전 선생님은 나에게 학교에 짐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해서 갔는데, 이미 사물함이 열려 있고 물건들 몇 개는 훔쳐 갔다.
자물쇠도 없었으니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중학교 담임 선생님은 '가정환경이 안 좋은지 몰랐다, 미안하다, 거기 가서 잘 지내라'라고 말씀하셨다.
뭐 슬프거나 아쉽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냥 그런 모든 상황이 가슴에 가득 찬 응어리를 손으로 다 뜯어내서 후련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짐을 싸고 사회복지사님들을 기다리는데, 아빠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난 동생을 데리고 몰래 나갔다.
정말 처음에는 부모님 반대가 심했고, 특히, 엄마는 동생한테 애착이 강해서 동생을 보내는 걸 싫어했다.
그리고 일주일만 있다 올 줄 알았던 쉼터 생활은 한 달이 되었고 난 그 한 달이 너무 좋았다.
밥도 잘 나오고, 규칙적인 생활도 좋았고,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에 아무도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쉼터는 여자 시설이었고 그 당시 동생이 어리니까 같이 있을 수 있었는데, 그 이상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결국 집에 갈지, 아니면 시설에 계속 있을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가 왔다.
난 당연히 계속 시설에 있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나도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었다.
나도 좋은 친구,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격한 반대가 우릴 시설에서 살게 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 굿네이버스 센터에서 부모님, 선생님, 우리 이렇게 삼자대면을 했었고 난 동생과 시설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아빠는 어떻게든 설득을 하다가 결국 불같이 화를 내고 난 무서워서 안쪽 방으로 도망가고 엄마는 동생을 안고 놓지 않았다. 동생도 무서워 울고 불고 진짜 그냥 난리가 났다..
결국 경찰이 오고 상황정리가 났다..
아버지에 폭력적인 모습, 벌벌 떠는 내 모습까지 바로 긴급 분리가 가능했다.
당시 난 아버지의 그런 모습보다 아버지가 이겨서 집으로 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으로 무서웠다.
하지만 계속 시설에 있게 된 게 좋았던 것도 잠시,, 당시 동생은 남자라 다른 시설로 옮겨야 했다..
난 동생이랑 헤어지기 싫어서 같이 갈 수 있는 남녀 시설을 알아봐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처음에 우리는 여러 곳을 돌면서 지내다가 마침내 화성에 있는 그룹홈에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린 그 새로운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