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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일상, 그리고 숨겨진 문제들

by 예감



첫 분위기 느낌 그대로 제가 갔던 그룹홈은 되게 엄하고 폐쇄적인 곳이었어요.


딱 정시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건 했는데, 이걸 좋게 보면 요즘 학원 때문에 부모가 다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학교 끝나고 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 시설로 바로 가서 하루 종일 거기 있는 거예요.


학교-시설, 학교-시설 무한 반복이었죠.


주말 외출도 못 했어요. 한 번은 한 달에 한번 주말 외출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못 하게 되고 금지였죠.


용돈도 필요할 때만 쓰고 했었는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니 후원받은 물품을 우리 용돈으로 사게 하고 실제로는 후원받은 거니까 우리 용돈이 나갈 필요가 없는데 나간다고 말을 했더라고요.


시설 오고 첫날에는 저한테 처음 왔으니까 나중에 용돈으로 이런 거 다 사야 한다고 미리 필요한 거 달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약간 눈치 보이잖아요.


필요한 거 달라고 하는데 당장 뭐가 필요한지도 솔직히 모르겠고, 저는 나중에 돈으로 사면된다고 생각했죠.


왜냐면 필요하다고 이것저것 다 받기에는 좀 그랬으니까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그게 후원받고 들어와서 그렇게 다 있는 건지는. 결국에는 그 후원받는 거 나중에 다 써가지고 따로 용돈 받아서 외부 문구점에서 필요한 것만 사 오고 그랬었죠. 그마저도 영수증 챙겨서 확인받고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에는 원장님은 경쟁 관념을 길러주겠다고 했는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용돈으로 들어온 것들을 그런 식으로 썼다고 해놓고서 빼돌린 거였어요.


돈 빼돌린 거 말고도 문제가 많았어요.


장학금부터 해서 물품 같은 거 받은 걸 자기네 개인 집으로 가져가서 문제도 있었고, 원장이랑 같이 사는데 자기 자식들한테 좋은 거 다 해주고... TV, 냉장고 같은 것도요.


결국 시설은 문을 닫았어요.


여러 문제가 밝혀지려니까 급하게 문을 닫은 거죠. 그때 막 우리한테 돈 주고 갑자기 냉장고 준다고 하고...(후원받은 것을 처리하다 보니.. 그걸 준다고 했죠..)

저는 그때 자립한 지 거의 일 년 반이 넘었을 때였는데 그제야 신경 써준 거죠..


이처럼 겉으로는 안전해 보였던 시설,


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폐쇄적인 일상과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들...


이런 환경은 저와 다른 시설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바로 다음 장에서 그 이야기를 자세히 다룰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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