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설로 향하는 길, 낯선 세상의 첫인상

by 예감

제1장에서 제가 왜 시설로 가게 됐는지, 그 '첫 번째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끔찍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저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죠. 그렇게 저는 동생과 함께 '또 다른 세상'으로 발을 디뎠습니다.



제1장 마지막에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동생과 함께 시설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처음에는 여자 쉼터에 잠깐 있었는데, 남동생이 오래 있을 수 없는 곳이었죠. 그래서 동생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어요.


보육원, 그룹홈, 가정 위탁... 다양한 종류의 시설들이 있었고, 청소년 센터도 추천받았지만 동생은 갈 수 없었죠. 동생과 헤어지기 싫어서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계속 요청했어요.


그렇게 삼 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죠. 그 사이에는 임시로 미혼모 센터와 같이 있는 아이들 시설에도 갔었는데, 거기서 제가 제일 큰 애였어요. 2층에는 신생아들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시설에 있다는 게 참 놀라웠던 일이었죠.


그렇게 돌고 돌다가 마침내 동생과 함께 갈 수 있는 곳, 화성에 있는 한 그룹홈을 찾았어요. 쉼터도 좋았지만 오래 있을 수 없었으니까요. 집보다는 안전한 공간에서 동생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기대감과 두려움, 낯섦이 다 공존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거기에는 또 다른 제 또래 친구들도 있을 거고, 교육하시는 선생님들도 새로운 분들이니까요. 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 당시 동생이 되게 의기소침해서 말 한마디도 안 했기 때문에, 제가 동생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참 생각이 많았죠.


우선 그때 그 시설은 단독 주택이었어요. 그룹홈은 원래 한 시설당 7명 정도인데, 여기는 남녀시설 두 개를 같이 운영해서 다행히도 저랑 동생이랑 같이 갈 수 있었죠. 시설에 처음 갔을 때는 평일이라 친구들은 학교에 가고 없었어요. 원장님이랑 선생님들께 간단하게 인사하고... 그냥 어색한 상태였죠.


앞서 말했듯이 동생은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있었고, 저는 성격상 어디 가든 먼저 나서서 말하고 대화하려는 편이라 수다쟁이였거든요. 하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때는 아무 말도 못 해서, 이렇게 제가 말할 수 있던 공간에서는 엄청 수다쟁이였던 것 같아요.


그때가 첫날이었으니까 시설 분위기는 잘 몰랐지만, 생각보다 조금 엄한 분위기여서 눈치를 보면서 상황 판단을 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쉼터의 분위기랑은 사뭇 달랐죠.


그렇게 어색하고 엄한 분위기 속에서 그룹홈에서의 첫날밤을 보냈어요.


쉼터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곳일 줄 알았는데, 확실히 이곳은 사뭇 달랐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뭔가 다른,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이곳에서의 생활이 제가 상상했던 '안전한 공간'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묘한 예감이 들었죠…



keyword
이전 07화이겨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는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