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주의 이름 아래 오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라”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가 남긴 음악의 특징은 철저하게 내면을 표현하려 한 점입니다. 평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살았고 이룰 수 없는 클라라와의 사랑에 아파했던, 마치 브람스 자신의 삶을 보는 것 같습니다. 1853년 20세 청년 브람스는 당시 권위 있던 음악가였던 요하임의 추천서를 들고 슈만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는 청년 브람스의 재능을 높이 사 음악계에 그를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되지요. 그런데 이듬해인 1854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전적 정신질환이 있던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하여 자살을 기도합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슈만은 자신의 이상행동으로 가족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2년 후 사망할 때까지 가족들은 슈만을 만나지 못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브람스는 클라라와 아이들을 돕는데 매진하고 자연스럽게 클라라에 대한 연모의 정이 커지게 됩니다.
슈만이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5일째 되던 1854년 3월 9일, 브람스는 요하임에게 편지를 보내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완성했다고 알립니다. 바로 이 곡이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시작점입니다. 다분히 두대의 피아노는 클라라를 염두에 둔 것이며 그만큼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켜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람스는 클라라와 이 곡을 연주해 본 후 소나타로는 마땅치 않다고 여겨 교향곡으로 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열정에 비해 교향곡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브람스는 3악장까지 작업한 후 한계를 느껴 다시 피아노 협주곡으로 목표를 수정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 우리가 듣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입니다.
브람스가 25세 때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원래 교향곡으로 의도했던 작품이라 일반적인 협주곡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50분에 이르는 곡의 길이도 그렇고 4분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1악장의 도입부는 협주곡의 서주가 아닌 대규모 교향곡의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피아노 독주자가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오케스트라의 교향악적 구도속에서 대등하게 곡을 진행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곡이 발표되었을 때 청중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슈만의 비극을 겪은 브람스의 아픔과 열정은 곡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브람스만의 모노톤 색채와 깊은 내면으로 인도하는 음형은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마치 처음에는 입에 쓰지만 점점 그 맛의 깊이를 알아가는 커피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특히 감동적인 느린 2악장은 슈만의 죽음을 애도하고 클라라를 위로하기에 쓰였다고도 하는데 지금은 삭제되었지만 악보의 스케치에는 이런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주의 이름 아래 오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마우리치오 폴리니 - 피아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