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

스메타나 – 나의 조국 중 <몰다우>

by 김예훈

1990년 5월 12일, 체코 프라하의 스메타나 홀에서는 76세의 노지휘자 라파엘 쿠벨릭이 지휘대에 올라섰습니다. 그는 1948년 체코가 소비에트 사회주의 쿠데타로 공산화되자 망명을 선택했고 이날 다시 조국에 돌아오기까지 4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회환의 시간을 지나 돌아온 그가 연주한 곡은 바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그리고 이 자리에는 1년 전 체코 민주화 운동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시민포럼’의 지도자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바츨라프 하벨도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쿠벨릭의 지휘로 연주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체코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여섯 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은 스메타나가 1873년에 착수하여 7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입니다. 당시 체코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어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메타나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음악으로 표현하였고 그의 이런 민족주의 성격이 나타난 작품들 중 <나의 조국>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스메타나는 <나의 조국>을 통해 체코의 역사와 자연을 묘사하고 있으며 여섯 개의 곡들 가운데 (비셰흐라트 / 몰다우 / 샤르카 /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 타보르 / 블라니크) 두 번째 곡 ‘몰다우’는 전곡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아 단독으로 자주 연주됩니다. 몰다우(Moldau)는 프라하 시내를 흐르는 강으로 체코어로는 블타바(Vltava)라고 불립니다.


'몰다우'는 플루트의 독주로 시작되는데 이는 몰다우의 수원지(水源地)인 남부 보헤미아의 작은 물줄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어서 클라리넷으로 표현한 다른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거대한 강을 이루며 흘러갑니다. 특히 강물의 흐름을 표현한 현악기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강물의 흐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흐르는 강물은 금관악기로 표현한 숲의 사냥터를 지나가고 폴카 리듬의 흥겨운 춤곡이 들리는 시골 들판 농부의 결혼식장을 지나갑니다. 시간은 흘러 어둠이 내리고 전설 속 물의 요정들이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는데 플루트와 오보에가 조금은 잔잔해진 강물을 표현하고 하프와 현악기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어 강물은 다시 힘차게 흘러가고 곧 성 요한의 급류를 만나 휘몰아친다. 이 부분에서 금관악기와 타악기는 급류에 부서져 흩어지는 물보라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급류를 지나 몰다우는 곡의 초반부에 등장했던 첫 주제를 다시 연주하며 당당하게 흘러가고 몰다우 강변에 우뚝 선 체코의 옛 성 ‘비셰흐라트’를 지나 프라하 시내로 들어옵니다. 이때 제1곡 ‘비셰흐라트’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고 곡은 긴 여정의 마지막 여운을 남기듯 사라지다 힘차게 끝을 맺습니다.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체코 필하모닉 / 라파엘 쿠벨릭 지휘 (글에서 소개한 1990년 5월 12일 연주실황)

https://youtu.be/pPIVs9UuLxc

<나의 조국> 전곡 듣기

https://youtu.be/76R0N2GN6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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