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의 추억

악보의 오류와 말러 교향곡 판본에 대하여

by 김예훈

클래식 음악에서 악보의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 대부분의 작곡가들의 초기 출판물은 저작권이 만료되었기에 인터넷 등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판본들은 예기치 않은 오류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문제는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이런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연주를 할 경우 곡에 대한 작곡가들의 의도는 왜곡될 수 있습니다.


악보의 오류가 생기는 원인은 작곡가의 원본에서 출판을 위해 옮겨 적을 때 주로 발생을 합니다.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에는 이 작업을 직접 손으로 사보 하는 카피스트들이 맡았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이 과정에서 오류들이 발생하는데 악보를 알아보기 힘든 작곡가들의 작품일수록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원본 악보는 이미 사보를 한 것처럼 깔끔하지만 베토벤의 원본 악보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겨 적은 것이 많았죠. 작곡가들이 그린 높은 음자리표만 보더라도 작곡가들의 성격과 필체를 알 수 있습니다.


작곡가들이 그린 높은 음자리표, 베토벤의 것은 단순 그 자체이다


악필로 유명한 베토벤의 자필 본은 모호한 것들이 많아 필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들이 발생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의 초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출판사인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사 (Breitkopf & Härtel)에서 출판되었는데 이 판본은 필사 과정의 오류들을 그대로 품고 있었지만 근 200여 년이 넘게 연주가 되어왔던 것입니다. 이 초판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고 지금도 여전히 이 악보로 연주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많은 음악학자들이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는 작업에 들어가고 이에 여러 출판사들이 개정판을 출판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음악학자 조나단 델 마르 (Jonathan Del Mar)가 감수한 베렌라이터 (Barenreiter) 사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로버트 파스칼 (Robert Pascall)이 감수한 헨레 (G. Henle Verlag) 사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 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나 연주자들은 곡에 대한 판본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장 좋은 판본을 선택하여 연주하여야 합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연주하는 악보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개정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멘델스존 교향곡은 베렌라이터 사에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감수로 개정판이 출판되었는데 2014년, 3번 교향곡 '스코틀랜드'를 공부하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1악장 마지막 종지부의 팀파니가 잘못 표기된 것 같아 베렌라이터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었는데 자신들의 실수이고 재판 본에서는 수정하겠다 답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개정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악보를 보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시각의 중요성, 그리고 악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어 오류와 출판사의 답변



필사 과정의 오류에 의해서 개정판이 출판되는 경우와 달리 작곡자의 의도로 여러 가지 판본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등이 있지요. 이런 경우는 작곡자가 여러 번의 개정을 통해 다양한 버전이 생겼기 때문에 지휘자나 연주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판본을 선택하여 연주할 수 있습니다. 2014년 과천시향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였는데 이 때도 판본에 대한 좋은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 과천시향과 말러 교향곡 5번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교향곡 5번은 말러가 생전에 여러 번 개정을 하는 바람에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데 현재 우리 시향이 갖고 있는 악보는 1904년 초판이다. 사실 이 초판은 말러 자신도 관현악법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이후 개정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말러의 악보들(Dover, Kalmus, Lucks 등)은 모두 개정 전의 초기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나는 말러가 관현악법을 수정한 것을 반영한 1964년 라츠 판으로 연주하기를 원해서 요즘 일일이 바뀐 부분들을 찾아서 리허설에 반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책상에 앉아 한 악장만 리딩 하는데 꼬박 세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지만 말러가 수정한 관현악법의 변화를 보며 더욱 이 곡에 가깝게 다가가고 또 말러가 의도한 소리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애초에 오케스트라에 신판 악보가 있었다면 이런 고생(?)은 안 했겠지만 반대로 이런 연구와 악보의 이해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상황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결국 연주는 2002년 페터스 사 (C. F. Peters)에서 출판한 최신 개정판인 쿠빅(Kubik) 판을 렌털 해서 연주를 하였습니다. 최신 판본의 경우 출판사에서 판매를 안 하고 렌트만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악보를 빌려서 연주하고 다시 돌려보내야 하며 비용은 교향곡 1곡 기준 평균 100만 원가량입니다. 그리고 출판사에 연주 기록이 남겨집니다.


말러 교향곡 제5번 1악장 (신 쿠빅 버전)

과천시립교향악단 / 김예훈 지휘

Mahler, Gustav Symphony No. 5 in C# minor (New Critical Edition 2002 by Reinhold Kubik)

I.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Streng. Wieein Kondu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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